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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까지 구두닦이로 나섰다…지역 소주시장 강자 무학의 분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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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호 무학 회장.

최재호 무학 회장.

낮에는 양복을 입고 밤이 되면 가끔 노란색 패딩 점퍼를 입고 식당가로 나가 손님들의 구두를 닦는 회장이 있다. 경남 창원에 본사를 둔 소주회사 ㈜무학 최재호(57) 회장이다. 그뿐 아니다. 부산·울산·경남의 중심 상권에서 ‘좋은데이’ 글씨가 적힌 패딩을 입고 손님들의 구두를 닦는 무학 영업사원들을 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무학의 대표적인 영업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구두를 닦는 것은 마케팅보다 고객과 호흡을 같이 하자는 취지”라며 “좋은 제품을 만들려면 소비자의 반응을 직접 듣는 게 먼저인데 구두닦기는 고객과 호흡을 맞추는 첫 걸음”이라고 말했다.

무학소주 최재호 회장이 부산 서면 일대에서 손님들의 구두를 닦아주고 있다. [사진 무학소주]

무학소주 최재호 회장이 부산 서면 일대에서 손님들의 구두를 닦아주고 있다. [사진 무학소주]

무학소주 최재호 회장이 부산 서면 일대에서 손님들의 구두를 닦아주고 있다. [사진 무학소주]

무학소주 최재호 회장이 부산 서면 일대에서 손님들의 구두를 닦아주고 있다. [사진 무학소주]

경남과 울산을 기반으로 성장한 무학이 부산의 소주시장을 석권하고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소주 메이저들의 파상적 공세로 ‘춘추전국시대’가 된 전국 소주시장에서 지역을 기반으로 한 중소업체가 살아 남는 수준을 넘어 시장점유율을 2배 가량 끌어올린 것은 이례적이다.

실제 무학은 2015년 말 기준 2조원대의 전국 소주시장에서 점유율 15%대로 3위다. ‘참이슬(하이트진로)’이 45~50%대, ‘처음처럼(롯데칠성음료)’이 16~17%대로 각각 1위와 2위다. 2009년 무학의 전국 시장 점유율이 8.5%대였던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무학의 가장 큰 성장 비결은 시대 변화를 예견해 ‘저도주 시장’을 선도했다는 점이다. 소주는 본래 지역색이 강한 주종이다. 1970년 정부가 저질 주류 생산을 예방한다는 명목으로 전국 소주업체 250여곳을 통폐합하면서 77년에는 시·도별로 진로(서울·경기), 대선(부산), 경월(강원), 대양(충북), 선양(충남), 보배(전북), 보해(전남), 금복주(경북), 무학(경남) 정도만 살아 남았다. 이 과정에 지역주류도매업자들이 매달 소주 구입비의 50%를 자도주(自道酒)에 의무 배정해야 하는 ‘자도주 의무구입제도(자도주법)’를 정부가 도입하면서 지역색이 더 고착화했다.
그러나 96년 자도주법이 폐지되면서 소주시장의 지역간 벽이 허물어졌다. 대부분의 지역 기반 소주 업체들이 생존 위기에 몰릴 것으로 우려했지만 무학은 이 때를 도약의 계기로 삼았다.

자도주법 폐지 1년전인 95년에 개발한 알코올도수 23도의 저도주 소주인 ‘화이트’가 선봉장이었다. 최 회장은 “당시까지 '소주는 25도'라는 공식을 업계 1위인 진로조차 깨지 못했는데 지방 소주업체가 깬다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화이트는 소비자의 호응을 얻었고 메이저 업체에 시장이 열린 경남과 울산을 무학이 지켜내는데 수문장 역할을 했다. 98년 하이트진로가 무학에 뒤이어 23도자리 ‘참이슬’을 출시하면서 저도주 시장이 보편화됐다.

무학의 변신은 23도 소주가 끝이 아니었다. 이후 무학은 경남·울산의 안방을 굳건히 지키면서 대선의 안방시장인 부산으로 진출했다. 2006년 11월 출시한 16.9도짜리 ‘좋은데이’가 선봉에 섰다. 좋은데이는 젊은 소비자와 40~60대 기존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좋은데이가 무학의 부산·울산·경남 소주 시장 점유율을 70~80%로 끌어올렸다. 2005년 부산지역에서 10% 전후이던 무학의 시장 점유율은 최근 70%, 경쟁자인 대선은 85%에서 최근 25%대로 줄었다.

무학소주 영업사원들은 지난 20일 부산진구 서면 일대 식당가를 돌며 현장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위성욱 기자

무학소주 영업사원들은 지난 20일 부산진구 서면 일대 식당가를 돌며 현장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위성욱 기자

무학소주 영업사원들은 지난 20일 부산진구 서면 일대 식당가를 돌며 현장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위성욱 기자

무학소주 영업사원들은 지난 20일 부산진구 서면 일대 식당가를 돌며 현장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위성욱 기자

무학소주 영업사원들은 지난 20일 부산진구 서면 일대 식당가를 돌며 현장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위성욱 기자

무학소주 영업사원들은 지난 20일 부산진구 서면 일대 식당가를 돌며 현장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위성욱 기자

무학 임직원들은 부산 시장 공략비법으로 ‘발품영업’을 본격 가동했다. 구두닦아주기는 물론 식당 주인과 직원인 ‘이모’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해당 영업장에서 일손을 돕거나 서빙 도우미를 자처했다. 매주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매일 오후 6시30분부터 3시간동안 무학 임직원들은 부산 시내 중심가에서 쓰레기를 줍거나 손님들에게 헛개차 등 음료와 선물을 나눠주며 좋은데이를 홍보했다.

박인경(51) 무학 주류사업부 남부산지점장은 “우리는 술을 파는 것이 아니라 손님과 업주들에게 마음을 판다는 각오로 영업한다”며 “연령대와 시기·계절별로 고객과 업주가 원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무학의 지난해 매출은 2900억원인데 매출의 대부분을 부산·울산·경남에서 올렸다. 2014년에는 서울에 수도권영업본부를, 2015년에 경기도 용인과 일산에 물류센터를 열어 수도권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섰다. 10명 남짓이던 영업사원도 지금은 130명으로 늘었다.

제품 개발에도 적극 나섰다. 좋은데이에 과일 향을 첨가한 ‘좋은 데이 컬러시리즈’ 제품을 지난해에 선보였다. 지난 3월에는 탄산을 첨가한 과실주 ‘트로피칼이 톡소다’를 출시했다.

최 회장은 “우리만의 특별한 영업 노하우를 무기로 삼아 차근차근 밟아가면 국내 최대 소주시장이자 경쟁이 가장 치열한 수도권에서도 현재 5%인 시장점유율을 10%대로 끌어 올릴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창원=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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