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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분의 1 세상에서 저는 뭐든지 될 수 있어요” 미니어처 유튜브 스타 정지화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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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이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을 만든다. 오븐에 갓 구워낸 초코 케이크, 속이 꽉 찬 샌드위치, 빨간 양념을 두른 닭꼬치…. 침샘을 자극하지만 눈으로만 즐길 수 있다. 점토를 이용해 실물의 12분의 1 크기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미니어처를 만드는 이 동영상의 주인공은 정지화(24)씨. ‘미니어처 세상’에서 그는 요리사·파티시에·건축가·플로리스트가 된다. 그는 자신의 미니어처 제작 과정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유튜브 채널 ‘달려라 치킨’을 운영 중이다. 2014년 7월 개설된 이 채널의 구독자 수는 최근 60만 명을 돌파했다. 동영상 200여 건의 누적 조회수는 1억1000만 건이 넘는다.

최근 만난 정씨는 “주변의 거의 모든 사물을 100% 가깝게 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니어처 제작 과정은 실물을 만드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아요. 피자는 점토로 만든 도우에 각종 점토 토핑들을 올려 만들고, 도마는 도면을 짜고 나무를 재단한 뒤 사포질을 해 완성하죠.”

그는 대학에서 미용학을 전공한 뒤 네일아티스트로 일했다. 몇 달간은 한의원에서 행정직원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하지만 성격이 내성적이다보니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그런 그에게 취미삼아 손을 댄 미니어처 제작은 신세계였다. "너무 재밌고, 잡념이 들지 않았어요. 완성품을 보면 성취감도 컸죠.” 그는 제작 과정이 단순한 것부터 시작해 점점 단계를 높여갔고, 제작 과정을 셀프 촬영·편집해 유튜브에 올렸다. "구독자 수가 쑥쑥 늘었고, 혼자 하는 일이 적성에도 맞았어요."

직장을 관둔 그는 CJ E&M의 다이아TV와 계약을 맺고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길로 들어섰다. 자신의 방을 작업실로 꾸미고, 지금까지 100여 개의 미니어처 작품을 만들었다. 점토 이외에도 종이 상자, 옷감 등 재료를 다양하게 활용한다. 도구 역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 “점토에 모양을 내는데 필요한 기본 도구들이 있어요. 하지만 끝이 뾰족한 세공봉 대신 이쑤시개를 사용하는 식으로 주변 도구를 활용할 수 있죠.” 제작 시간은 작품에 따라 몇 시간에서 며칠이 걸리기도 한다. 그는 평소 주변 사물을 꼼꼼하게 관찰하고, 한 가지 사물을 두고도 여러 개의 사진들을 비교하면서 특징을 잡아낸다.

유튜브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그의 인생도 달라졌다. 그는 ‘초등학생 팬’들로부터 종종 사인 요청이나, 팬레터들을 받는다. 광고와 협찬을 통해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가 부럽지 않은 수입도 올린다. “이 일을 한 후부터 자신감이 생기고,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게 되면서 성격이 활달하게 변했어요.” 그는 유튜브 생방송도 계획 중이다. 미니어처 제작 과정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이를 따라서 만드는 사람들과 실시간 댓글로 소통하는 방식이다. “언젠가 제가 만든 미니어처들로 가득한 공방에서 아이들에게 미니어처 제작을 가르치는 게 꿈이에요.”

글·사진=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정지화씨가 미니어처를 만드는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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