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6권이 동시 베스트셀러 김용옥선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한 사람이 쓴 6권의 책이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유례 없는 현상이 지난 주의 서점가에서 벌어졌다. 서점들을 이른바 「강의실」로 만들어 버린 저자는 전 고려대 철학과 교수 김용옥씨.
김씨의 저서들은 지난주 대형서점 인문사회과학 베스트셀러 집계결과 『절차탁마 대기만성』이 종로·교보·을지서적에서 나란히 1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 『아름다움과 추함』『여자란 무엇인가』『동양학 어떻게 할것인가』『철학강의』등이 각각 상위를 차지 했으며 뜻밖에 시집 『이땅에서 살자꾸나』까지 종로·교보 모두 7위에 오름으로써 출판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이중 한문해석학 서적 『절차탁마…』와 시집 『이땅에서…』는 지난달 21일 출간 이후 3일만에 재판에 돌입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아울러 6권 모두가 통나무라는 동일 출판사에서 나온 것들이며, 6권 모두가 일체의 광고 없이 구전으로 베스트 셀러가 됐다는 사실도 출판계의 새로운 기록이다.
이와함께 김씨의 저술 활동 또한 상상을 넘는 것으로 그는 지난해 4월 양심선언을 하고 강단을 떠난 후 1년동안 앞의 6권과 한정판 한시집 『어찌 묻힌단 말 있으리오』와 올해초 절판된『루어 투어 시앙즈』상·하권등 무려 9권을 내놓았다.
지난해3월 출간된 『여자란 무엇인가』는 남섬에 대한 여성의 회복, 즉 「맨(man)」에 대한 「르언(인)」의 회복을 주장한 책으로 지난해 인문사회과학부문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으며 지금까지 10만부 가까이 팔려 나갔다.
85년 민음사에서 출간한 뒤 86년 내용을 대폭 늘려 통나무에서 펴낸 『동양학 어떻게 할 것인가』는 지금까지 5만여부, 지난해 12월 출간된 『철학강의』는 4만부, 올해 4월 극단미추 창단공연작 『지킴이』해설을 계기로 쓴 미학서 『아름다움과 추함』은 2만부 이상이 각각 팔려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김씨는 연내 『기철학이란 무엇인가』『신노자교지』 『정몽』등의 저서를 곧 펴낼 계획이다.
그러나 모든 세계는 존재(being)하는 것이 아니라 생성(becoming)하는 것이라는 그의 기철학은 사물과 현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계속 개방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최소한 1백권 이상의 저서를 간행할 것』이라고 통나무출판사 지남석씨는 말한다.
김씨의 책이 이처럼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그가 양심선언을 한 전직교수이자 삭발을 한 두루마기 차림의 철학자며, 외설 시비에 희말린 저술가이자 최근 4·13개헌유보조치에 단식으로 항거한 지식인이라는 이른바 「화제의 인물」이기 때문만은 결코 아니라고 출판사측은 말한다. 지난 1년간 4천여통의 편지를 받은 출판사측에서는 김씨의 고정독자가 10만명선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독자들은 우선 김씨의 해박한 지식과 통렬한 비유에 주목하나 서서히 그의「난해한 논리」보다 그같은 난해성을 불가피하게 요구하는 「새로운 가치관」에 매료된다고 했다. 젊은 직장인들과 대학생들이 주요 독자층이지만 공단근로자들부터 노유생들까지 다양한 독자들이 김씨의 「난해한 동양철학」을 기꺼이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기형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