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한 삼성 “승마 후원으로 혜택 입은 것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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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검의 칼끝이 삼성을 정조준하자 삼성은 크게 당황하고 있다. 삼성 내부 사정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검찰이 대관업무를 총괄했던 미래전략실 장충기 사장과 승마 지원업무를 맡았던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삼성은 해석했다”며 “막상 특검의 수사 강도가 예상을 뛰어넘자 내부적으로 크게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검 예상 밖 고강도 수사에 당혹
최순실과 이재용 부회장 무관 강조

전문가들은 특검의 ‘창’과 삼성의 ‘방패’가 크게 3가지 전선에서 부딪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돈에 대가성이 있는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휘 또는 묵인 아래 정유라에 대한 지원금이 건네졌는지 ▶이 부회장이 최순실의 존재를 미리 알고 있었는지 여부다. 삼성 관계자는 “출연금을 내거나 승마 후원을 하면서 우리가 혜택을 본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되지 않았다는 걸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이 부회장은 청문회에서 최순실의 존재를 알게 된 시점에 대해서도 “(정유라에 대한 지원이 이뤄진 뒤인) 올해 초, 그 언저리”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삼성 안팎에서는 특검이 압수한 장충기·박상진 사장의 휴대전화가 이른바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휴대전화 통화 내역에 삼성 측 설명을 뒤집는 통화 내용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삼성 관계자는 “검찰이 장 사장의 휴대전화를 가져간 건 세 번의 압수수색 중 마지막이었던 지난달 23일이었고, 박 사장 사무실 압수수색은 그 이전이었다. 마지막 압수수색에서 검찰이 가져간 증거물에 대해 우리 나름대로 심도 있는 검토를 한 뒤 청문회 답변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휴대전화 통화 내역에 이 부회장의 연관성이나 개입을 입증할 만한 내용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청문회에서 자신 있게 답변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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