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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경제협력의 가능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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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세계적으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체제 우월경쟁은 자본주의 승리로 낙착된지 오래다. 국지적으로는 서독과 중국에서, 그리고 한반도에서도 승부가 났다.
따라서 지금의 남북한관계는 체제경쟁의 차원을 초월하여 논의돼야 할 때다. 3일 전두환대통령이 남북대화를 다시 제의하면서『대한민국이 이제까지 거두어온 경제·기술을 비롯한 제반 분야의 결실을 북한의 겨레와 함께 나누는 문제도 진지하게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한 것은 이런 체제 초월적 민족협력구상이라 할수 있다.
6·25이후의 전쟁복구와 경제재건에서 북한이 우리보다 앞섰던 것은 사실이다. 북한은 강제동원과 분배의 억제를 토대로 먼저 경제건설을 시작할수 있었다.
그러나 장면정부의 장기개발계획을 이어받은 박정희정부가 근대화에 국력을 기울여 60년대말에 이르러 우리는 이미 경제분야에서 북한을 추월할수 있었다.
그후 계속된 우리의 고도성장과 기술축적으로 지금 우리는 GNP의 6배, 1인당 소득의 3배에 가까운 비율로 북한을 앞서가고 있다.
반면에 북한은 낙후된 시설과 기술, 비능률적인 노동, 그리고 절대부족의 자본때문에 경제부진은 만성화 상태에 있다. 그나마 지나친 군사비지출과 우리의 경쟁을 의식한 필요이상의 외형적 건설사업으로 낭비가 심하다.
그 때문에 북한동포의 삶의 질은 아직도 전근대적 빈곤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럴때 전대통령이 우리 건설의성과를 공용하자고 제의한 것은 남북 협력차원에서 획기적인 일이다.
이같은 사례는 이미 독일에서 실험되어 그 성과가 입증됐다. 동독이 으늘의 수준을 유지할수 있는 것은 해마다 서독의 경제·기술원조를 통해서 얻는 이익때문이다.
이제 북한은 더이상 주저할 것도 회피할것도 없다. 이미 결판난 체제경쟁에 연연해서도 안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끼리의 소모적 경쟁이 아니라 우리 겨레 전체의 실질적 이익을 가져올수 있는 민족적 현실주의다.
동쪽으로 일본을 보라. 그들은 이제 구미의 선진국들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장래가 밝은 1등국이 돼있다. 서쪽의 중국을 보라. 오랜 동면에서 깨어나 활기찬 전진을 시작하고 있지 않은가. 북쪽의 소련도 이제 그 힘을 이쪽 동아시아로 뻗어오고 있다.
세계는 바야흐로 민족단위의 치열한 경쟁시대다. 이데올로기는 종언을 고한지 오래다. 우리 주변이 저렇게 약진하고 있는데 우리는 언제까지나 남북으로 나뉘어 자해적 대결을 일삼고 있을 것인가.
북한은 빨리 대화의 테이블에 다시 나와야 한다. 남북이 함께 일하고 같이 발전할때 우리 민족은 이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생존할수 있는 것이다. 평양당국의 민족적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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