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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근로자에게 ‘자영업소 전용 바우처’ 지급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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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그간 정부 대책은 기존 자영업자의 경쟁력 강화보다 실업자 일자리 확보를 위한 신규 창업 지원에 초점을 뒀다.”

자영업 제대로 살리려면
양측 소득 동시 늘고 내수 진작 효과
고용보험 등 사회안전망도 강화
단기 시혜성 자금 지원서 벗어나야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해 10월 ‘자영업자 지원사업 평가’ 보고서에서 내놓은 정부 자영업 대책에 대한 평가다. 자영업이 ‘레드오션(출혈경쟁)’ 시장이 된 원인 중 하나가 정부의 근시안적인 자영업 정책이라는 취지다.

신규 지원금이 경쟁력이 있는 업종에 지원됐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현실은 이와는 동떨어진 경향이 짙다. 예산정책처는 “정부 자금이 별다른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업종에 지원돼 자영업자를 늘린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자영업자 전체의 위기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단기 시혜성 자금 지원 중심이었던 자영업 대책의 틀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자영업이 내수의 중심이라는 인식 아래 실질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종합대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영업이 처한 상황이 워낙 어렵기 때문에 혁신적인 발상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최저임금 근로자에게 ‘자영업 전용 바우처’를 지급해 쓰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며 “저소득층과 자영업자의 소득이 동시에 늘어나는 것은 물론 내수를 진작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금지법(김영란법) 시행 뒤 자영업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김영란법의 과도한 조항은 손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자영업자의 ‘준비된 창업’을 돕는 정책도 나와야 한다. 고용노동부의 고용센터와 중소기업청의 소상공인지원센터가 연계한 체계적인 창업·경영 지원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지금은 실업자가 고용센터에서 일자리를, 소상공인지원센터에선 창업을 각각 알아봐야 해 불편하다는 지적이 많다. 연계 서비스를 강화하면 실직자가 한번에 일자리와 창업을 비교한 뒤 선택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

영세 자영업 근로자가 고용보험·국민연금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상당수 영세 자영업자는 수입이 일정치 않다는 이유로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거나 근로자의 국민연금을 내주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자영업 근로자는 실직 시 실업급여나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인력개발학과 교수는 “현재 정부에서 하는 두루누리사업(10인 미만 사업장 저임금 근로자 고용보험·국민연금 일부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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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리 인상으로 자영업자의 대출 상환 부담이 커진 걸 감안하면 자영업발 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 증가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김동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금난에 빠진 자영업자에겐 대출 상환기간을 연장해주고 다른 일자리·창업을 통해 재기한 뒤 갚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지금까지 도덕적 해이를 불러온 원금 탕감 정책을 반복해선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태경·김경진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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