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안종범, 김필승 검찰 소환 전날 ‘조사 대비 문건’ 줬다

중앙일보

입력 2016.12.19 03:00

업데이트 2016.12.19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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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안종범(57·구속)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지난 10월 중순께 김필승(54) K스포츠재단 이사에게 검찰 조사 대응과 관련한 문건을 전달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김 이사가 검찰에 소환되기 직전의 시점이었다. 문건에는 검찰 조사 진행 상황과 ‘예상 질문·답변’이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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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별검사팀 등에 따르면 안 전 수석은 A4용지 두 장 분량의 이 문건을 출력해 청와대 행정관을 통해 인편으로 김 이사에게 전달했다. 특검팀은 이 같은 정황을 포착하고 안 전 수석이 이 문건을 혼자 작성했는지,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이 검찰 수사 상황 등을 입수해 조직적으로 문건 작성에 개입했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이 K스포츠재단 김필승 이사에게 준 검찰조사 대비용 문건. 검찰 조사 상황과 법리적 검토 내용, 예상 질문과 ‘맞춤형’ 답변이 적혀 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이 K스포츠재단 김필승 이사에게 준 검찰조사 대비용 문건. 검찰 조사 상황과 법리적 검토 내용, 예상 질문과 ‘맞춤형’ 답변이 적혀 있다.

이 문건 작성일은 10월 22일로 추정된다. 이 문건 첫 머리에 정동구(74)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이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날인 10월 21일이 ‘어제’로 적혀 있기 때문이다.

특검, A4 2장 분량 문건 확보
안씨, 청와대 행정관 통해 전달
수사상황·예상문답 11개 담아
‘기억 못함’ ‘잘 모름’ 대응방식 지시
우병우가 수사내용 알려줬을 수도

10월 23일은 김필승 이사의 소환일이었다. 특검팀은 안 전 수석이 검찰 조사를 코앞에 둔 김 이사에게 청와대와 말을 맞추게 하려는 목적으로 이 문건을 전달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검팀은 이 문건의 첫 부분에 등장하는 ‘현재 상황 및 법적 검토’라는 항목에도 주목하고 있다. 그 밑에 적힌 ‘어제 관계자 조사 상황’이 검찰의 당시 조사 내용을 상세히 담고 있어서다.

이 항목에는 검찰이 ▶미르재단과 관련해 이성한 관련 문제 집중 질문 ▶직원 선발 등의 경위와 추천인 여부 ▶현재의 조직체계 ▶비용 지출 관련 문제 등을 조사했다고 적혀 있다. 미르재단 관계자들에게는 직원 선발 경위, 추천 과정, 조직체계를, 정동구 전 이사장에게는 사퇴하게 된 배경을 캐물었다는 검찰 조사 내용을 키워드 방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이 문건에는 이 같은 검찰 조사에 대한 ‘법적 검토’도 기재돼 있다. ‘재단 재산의 불법적 유용이 없는 상황이므로 전혀 법적인 문제가 없다’ ‘재단 인원 구성 문제 또한 검토 결과 아무 문제없이 넘어갈 수 있다’ 등의 내용이다. 또 ‘(직원과 임원 등) 인선 문제에 대해 전경련 등과 진술이 다를 경우 법적인 책임보다는 정치적 화살이 되어 여론 재판에 오를 수 있는 문제가 생긴다’는 전망에 대한 견해도 담겨 있다.

이 문건은 일종의 진술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 검찰 질문에 답변하기 곤란하거나 애매한 사항엔 “기억 못함” “잘 모름” 등으로 답변하라고 적혀 있다.

특검팀은 이 문건이 검찰 조사에 대한 법리적 대응 방침, 대면 조사 시 진술 방향 등을 상세히 담은 것을 토대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우병우(48)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찰 수사 내용을 파악해 안 전 수석에게 전달한 뒤 이를 토대로 문건이 작성됐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건의 나머지 부분에는 검찰 조사에 대비한 11개의 예상 질문과 모범 답변이 적혀 있다. 이에 따르면 김 이사는 재단에 참여하게 된 계기에 대해 검사가 질문하면 “전경련으로부터 연락이 온 것으로 기억함”, 재단 이사들에 대한 추천 경로나 배경에 대해선 “기억나지 않음. (재단) 설립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정신 없이 업무에 집중한 기간” 등으로 답변해야 했다.

문건에는 “정동구 전 이사장의 사퇴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이사장이 재단에 잘 적응하지 못하시는 것 같았고 한 달 후에 사퇴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다”는 답을 하라는 주문이 담겨 있다. 앞서 정 전 이사장은 재단 설립 사퇴 이유에 대해 “재단 목적이 좋다고 생각해 (이사장직을) 맡았는데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 문건은 K스포츠재단이 롯데그룹으로부터 75억원의 기부금을 받았다가 다시 돌려준 이유에 대해서는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사업 목적에 맞지 않아 되돌려준 것으로 기억한다”는 답변을 하라고 제시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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