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후보단일화 실패 때보다 더 멀어진 야권

중앙일보

입력 2016.12.19 02:30

업데이트 2016.12.19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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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정국에선 잠시 ‘한배’를 탔지만 탄핵안 가결 전부터 물밑에서 반목해왔다.

탄핵안 가결 이후 2야 번번이 충돌
문재인 측 “후보 단일화는 없다”
안철수 측 “친박·친문 빼고 모이자”

지난 3일 문재인 전 대표의 비서실장 출신인 노영민 전 의원은 “박지원 원내대표가 총리를 하려고 욕심을 부린다. 이정현 대표와 몰래 만나고 김무성 전 대표와 뒷거래를 한 의심도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의 반대로 ‘2일 탄핵 발의’가 좌절되고 D데이가 9일로 연기된 직후였다. 이에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당 비방전”이라고 발끈했다.

탄핵안 가결 이후엔 사사건건 공개충돌하고 있다. 특히 대선 전략과 관련해선 근본적으로 생각이 다르다. 지난 11일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야권이 분열하면 (대선에서) 진다”며 야권 통합카드를 꺼냈다. 그는 “내년 1월부터 통합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답은 즉각 돌아왔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했다.

30년 전 1987년 6월 민주화운동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이뤄낸 뒤 야권은 바로 분열했다. 서로 대통령에 출마하겠다는 양김(김대중·김영삼)으로 인해 그해 9월부터는 야권 전체가 ‘후보 단일화’ 논의를 진행해야 했다. 하지만 ‘양김’은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각각 출마선언(YS 10월 28일, DJ 10월 30일)을 했다. 결과는 민정당 노태우 후보의 승리, 야권의 패배였다.

현재는 당시의 ‘양김 시대’보다 결합이 더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원래 한 뿌리에서 나왔다.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을 탈당한 ‘반문재인계’ 인사를 주축으로 탄생한 정당이 국민의당이다. 안철수 전 대표와 호남에 기반을 둔 반문재인계 의원들이 빠져나간 민주당은 문 전 대표 중심으로 재편됐다.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는 대선 전략도 완전히 다른 방향이다. 문 전 대표 측의 핵심 인사는 18일 본지에 “후보 단일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과거 같은 인위적 단일화가 아니라 군소 후보로 전락한 다른 야권이 흡수되는 형식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인사는 “단일화 얘기는 꺼내지도 말라. 이번엔 진짜 3자 필승”이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친박과 친문 등 양극단 세력을 제외한 합리적 세력이 모이자”고 주장한다. 그는 개헌을 매개로 세력화를 꾀하는 진영에도 문호를 열어놨다. 통합의 대상을 야권이 아닌 여권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존재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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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망에 대해선 전문가들 견해도 엇갈린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학과 교수는 “야권 주자들 각자의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조화가 쉽지 않다”며 “무엇보다 자기희생이 필요한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87년과는 달리 이번에는 여권도 단일대오로 가기 어려울 수 있다”며 “정국 흐름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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