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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치욕과 패망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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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0호 29면

어린 시절 나의 부모님의 가정교육은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다른 것은 몰라도 거짓말을 하는 잘못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불호령이 떨어졌고 용서가 없었다. 부모님 생각에 거짓말을 하는 것은 인격성장에 큰 걸림돌이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외국 사람들에게 ‘거짓말쟁이’라는 욕은 치명적이다. 사실 거짓말의 피해는 생각보다 넓고 깊다. 사람의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 인간관계를 깨뜨리기도 한다. 왜냐하면 거짓말은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믿음을 저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성경 여러 곳에서도 진리이신 하느님을 배반하는 행위가 바로 거짓말이며 그런 사람은 재난에 빠진다고 경고한다.


거짓말은 우리의 삶에서 자신과 주위에 큰 피해를 가져다주고 친구를 잃고 이웃과 원수가 되게 한다. 그래서 자신 위에 고난을 뒤집어쓰게 된다. 특히 사회를 이끌어가는 고위 지도자들의 거짓말은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다.


그래서 지도자들의 거짓말은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른다. 작은 불이 큰 수풀을 태워 버리는 것처럼 한마디의 거짓말이 또 다른 거짓말을 양산하여 온몸을 더럽히고 인생행로를 불태워 버린다.


우리는 지도자들의 한마디 거짓말을 통해 평생 쌓아온 인생의 모든 것이 잃어버리는 경우를 자주 보았다. 당장 드러나지 않은 거짓말이더라도 어느 순간에는 마치 대낮처럼 환하게 드러나게 마련이다.


인간은 누구나 나약하기에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문제는 그 잘못을 대하는 태도이다. 때로는 솔직하고 진솔한 마음의 뉘우침은 오히려 사람들의 연민과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사람들이 분노하는 것은 오히려 잘못을 감추려는 또 다른 거짓말 때문이다.


구약성경의 잠언에는 “거짓 증인은 멸망하지만 들을 줄 아는 사람은 언제까지나 말할 수 있다”(21장 28절)고 쓰여있다. 들을 줄 안다는 말은 결국 뉘우치고 자신의 잘못을 고쳐나가려는 진실함을 말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반성과 변화도 자신의 말에 대한 책임의 행위다. 핑계를 대며 또다시 거짓말을 하며 책임을 저버린다면 그 사람은 스스로 멸망의 길로 걸어들어가는 것과 같다.


말은 발설하는 순간 사라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대는 자신도 잊어버린 과거의 말들이 동영상으로 보존되어 망신당할 수도 있는 무서운 세상이 됐다. 말도 에너지이므로 보존 법칙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거짓은 빨리 퍼지지만, 진실이 반드시 따라 잡는다”는 중국 속담처럼 진실이 허위를 반드시 이긴다는 간단한 진리를 되새길 때다.


허영엽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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