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한방] 어린이 식욕부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5면

엄마와 함께 진료실을 찾은 은진이는 좀처럼 먹으려 하지 않는다. 음식물을 오랫동안 입에 물고 있는가 하면, 조금만 양이 많아도 토하기 일쑤다. 이 때문인 지 또래에 비해 체중은 물론 키가 훨씬 작다.

식욕부진은 한방 소아과를 찾는 가장 흔한 증상 중 하나다. 한방에서는 염식증(厭食症)이라 하는데 주로 한 살에서 여섯 살 사이의 소아에게서 나타나며, 농촌보다는 도시에, 특히 간식을 많이 하는 어린이에게 많다.

식욕부진은 크게 일차성과 이차성으로 나눈다. 일차성은 태어날 때부터 비위(脾胃)가 약해 위장의 용적이 작고 운동성이 떨어진다. 소화액의 분비도 원활하지 않다. 반면 이차성은 후천적이다. 평소 잘 먹던 아이가 감기.감염.계절.심리적 부적응 등으로 위장의 운동성이 일시적으로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일차성 식욕부진의 치료는 체질을 바꿔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 식욕부진에 응용되는 향사육군자탕.평위산.이공산 등은 비위의 기운을 높이고, 장운동을 활발하게 해 식욕을 촉진한다. 인삼.백출.백복령.진피 .감초 등이 주재료로 활용된다.

그러나 이차성은 원인을 찾아 개선해야 식욕을 되찾을 수 있다. 감기로 식욕을 잃었다면 감기 치료를 한 뒤 식욕부진을 개선하는 약재를 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가 조급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어린이 식욕부진을 개선하려면 첫째, 아이의 편식을 교정해 줘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근차근 아이를 설득해 나가야한다. 둘째, 음식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아이들은 씹거나 삼킬 수 있는 근육군의 발달이 늦어 식사시간이 길 수밖에 없다.

삼키기 좋은 음식을 마련하고 자발적으로 즐겁게 씹어 삼킬 때까지 기다려줘야 한다. 셋째, 심인성인 경우 같은 또래 아이들끼리 모여 함께 식사할 수 있도록 하면 도움이 된다. 군것질은 식욕을 떨어뜨리고, 편식을 하게 하는 원인이 되므로 가급적 피한다.

사랑이 꽃피는 한의원장 이정택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