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다니엘 린데만의 비정상의 눈

힘들 때 깨달은 음악이 주는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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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린데만 독일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다니엘 린데만
독일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2016년 한국에선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그래도 어김없이 연말은 찾아오고 우리는 한 해를 보내며 그간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카페나 라디오에서도 이런 분위기에 맞춰 흥겨운 캐럴과 함께 분위기 있는 종교 음악을 자주 들려준다.

이를 듣다 보면 음악에서 감동받는 방식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어떤 친구는 캐럴을 좋아하고 다른 친구는 클래식 음악을 선호한다. 나는 클래식에 끌리는 편이다. 어려서부터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즐겼지만 피아노나 오르간을 칠 때 제일 많이 연주한 장르가 클래식이기 때문이다. 팝송이나 다른 장르의 곡을 치면서 피아노를 배우기도 하지만 나를 가르친 선생님은 “음악은 클래식부터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덕분에 바흐나 슈베르트의 작품을 익히면서 연주 기술 및 코드에 대한 지식과 음악을 대하는 자세도 함께 배웠다. 클래식을 많이 들었지만 개인적으로 감동받은 곡은 별로 없다. 음악을 마음이 아닌 귀로만 들어서인지도 모르겠다.

1년 전부터 취미 삼아 조금씩 피아노 곡을 작곡하고 있다. 작가가 책을 많이 읽어야 영감을 얻어 자신의 작품을 쓸 수 있듯이 작곡할 때도 음악을 많이 들어야 아이디어나 자극이 생겨 본인만의 곡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재즈나 팝송 등을 고루 듣고 있다. 처음엔 작곡에 별 자극이 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아이디어도 제대로 떠오르지 않아 좌절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클래식 음악이 가슴에 다가오더니 악상과 아이디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최근 한 클래식 곡을 듣다가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흘렸다. 클로드 드뷔시의 ‘달빛’을 피아노와 현악으로 연주한 작품이었다. 요즘 여러모로 힘들어서일까? 이런 경험은 난생처음이었다. 사실 20대까지는 클래식 음악을 듣는다는 사실이 또래 친구들에게 숨기고 싶은 일이었다. 왠지 힙합이나 록을 듣는 사람이 더 멋있게 느껴졌고 클래식은 고리타분하다는 인상 때문이었다. 하지만 30대가 되면서 클래식 음악 덕분에 얼마나 많은 것을 함께 배웠는지를 새삼 깨닫게 됐음은 물론 취미인 작곡을 할 때도 도움이 되니 그 가치를 다시금 느끼고 있다.

하지만 특정 장르가 다른 장르보다 낫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장르와 상관없이 나를 감동시키는 곡이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힘든 순간 희망을 준 곡이 진정 좋은 음악임을 요즘 새삼스럽게 깨닫고 있다. 음악을 들으며 힘들었던 한 해를 마무리하고 희망의 새해를 맞고 싶다.

다니엘 린데만 [독일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