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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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하지만 그 작은 나라 사람들의 처신은 우리의 눈을 크게 뜨게한다.
대법원장을 포함한 7명의 고위법관이 쿠데타 세력에 대한 승인을 거부하고 『군사정권이 기도하고 있는 헌법정치는 「불법이며 무효」라는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다짐했다.
사태가 어떻게 진전될지는 몰라도 일단 그 나라의 사법부는 권위와 독립을 만천하에 선언한 셈이다.
미국의 사법권이 확보된 전통은 굿굿한 의인들이 있어 지킨 것이다.
미국의 헌법을 해석하는 권한을 연방대법원이 확보한 것도 그 예다.
1801년에「애덤즈」대통령은 임기만료로 퇴임하는 「마버리」를 콜럼비아 특별구의 치안판사로 임명했다. 그러나 국무장관 「매디슨」이 임명장을 교부하지 못한채 「제퍼슨」이 대통령에 취임했으며 그는 임명장교부를 중지하도록 지사했다.
그로써 제기된 「마버리」의 직무집행영장을 구하는 소송은 「존·마셜」대법원장에 의해 거부되었다. 그것은 영장발부에 관한 시번권이 연방대법원에 속한다는 법원조직법이 헌법위반이란 판시였다.
어떤 압력에도 굴하지 않는 의인의 존재는 언제나 나라를 지키는 기틀이 되었다.
『성서』 의 창세기 18장25절에도 그런 얘기가 있다.
『여호와께서 가라사대 내가 만일 소돔성중에서 의인 50을 찾으면 그들을 위해 온 지경을 용서하리라』
어찌 의인 50명인가. 창세기에는 『거기서 45인만 찾아도 멸하지 아니하리라』고 하고 있다.
『불경』 가운데도 작은 월지국이 멸망하지 않은 이유가 7가지 제시되어있다. 이른바 「칠불망국론」이다.
불타가 대신 「우샤」와 제자 「아난다」에게 든 월지국의 덕목이다.
이 나라 사람들은 국민이 자주 모여 바른 정치를 의논한다. 상하가 화합하고 서로 공겅한다. 법과 예절을 지킨다. 부모에 효도하고 어른을 공경한다. 조상과 신불을 공경한다. 가정생활이 엄정하고 깨끗하며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종교생활과 근면에 철저하다.
작은 나라 피지는 철모르는 군인들의 쿠데타로 세상에 조소거리가 되었다.
그러나 그곳 사법부와 몇몇 의인들이 정의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이 바다건너 멀리 떨어진 세계사람들에게도 커다란 감명을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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