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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여야 합의 발표 21분 뒤 사퇴…‘협치’ 올스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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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탄핵 가결 이후 갑자기 물러난 여당 원내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새누리당 정진석,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왼쪽부터)는 12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만나 대통령 탄핵 후 국정운영 논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다. 그러나 정 원내대표는 3당 원내대변인이 여야 합의 브리핑을 끝낸 지 20여 분 만인 이날 오후 3시47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사진 조문규 기자]

국민의당 박지원, 새누리당 정진석,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왼쪽부터)는 12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만나 대통령 탄핵 후 국정운영 논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다. 그러나 정 원내대표는 3당 원내대변인이 여야 합의 브리핑을 끝낸 지 20여 분 만인 이날 오후 3시47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사진 조문규 기자]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이 12일 포스트 탄핵 정국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여·야·정 협의체 구성에 가까스로 합의했다. 하지만 정진석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원내지도부가 합의 직후 탄핵소추안 가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돌연 사퇴하는 바람에 정작 협의체의 한 축인 여당 측 당사자가 전무한 상황이다.

정진석 “탄핵 가결 책임지는게 온당”
원내대표실까지 찾아 만류하던 야당
“황당하다, 여야 합의 사상 초유사태”
추미애 “이정현과 논의할 생각 없어”
일각선 “야·정 협의체라도 만들자”

여야 3당은 이날 여·야·정 협의체 구성에 합의하기 전 누가 참석멤버가 돼야 할지를 놓고 회동 전부터 힘겨루기를 벌였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협의체에 “정세균 국회의장, 여야 3당 대표, 경제부총리 등이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체제 해체를 전제로 한 발언”이라며 “새누리당이 정비된 후 비대위원장이든, 원내대표든 협의체에 참가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추 대표도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는 사람(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 논의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말했다.

반면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은 당 대표가 아닌 원내대표가 여·야·정 협의체의 주역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회동 직후 “민주당에서 국회의장과 3당 대표 등이 참석하자고 했지만 (내가) ‘국회에선 원내대표들이 하는 것인데 왜 그러느냐’는 입장을 밝혀 추후 다시 조율해 만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여야 3당 원내대표들은 3당 정책위의장과 부총리들(경제 및 사회부총리)이 참여하는 실무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참석자를 정하기로 합의한 상태였다.

하지만 여야 3당 간 합의는 곧바로 난관에 부닥쳤다. 회동 결과에 대해 3당 원내대변인이 브리핑을 마친 지 21분 만에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가 국회에서 돌연 일괄 사퇴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가 회동 직후 사의를 만류하기 위해 여당 원내대표실까지 쫓아갔으나 허사였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로서 대통령 탄핵안 가결에 책임을 지는 게 온당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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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원내대표의 갑작스러운 사퇴 통보에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런 황당한 경우가 어디 있나. 새누리당에서 비대위 체제가 출범하든, 뭐든 현재 상태로는 (여야 합의가) 올 스톱된 걸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도 “(정 원내대표가) 새 원내지도부가 뽑힐 때까지 책임을 다하겠다고는 했지만 갈참(그만둘 사람)에게 힘이 실리겠느냐”며 “국회 여야 합의 사상 초유의 사태”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정 원내대표가) 회동 말미에 ‘탄핵이 됐는데 누군가는 책임져야 하지 않겠나. 그동안 도와주셔서 감사했다’는 얘기를 하길래 ‘조만간 그만둘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오늘일 줄은 몰랐다”고 했다.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의 사퇴 선언 이후 국회 일각에선 여·야·정이 아니라 야·정 협의체라도 구성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내일(13일) 예정된 야3당 대표 회동에서 논의는 해봐야겠지만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글=박유미·이지상 기자 ground@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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