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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 출신 마오리족, 뉴질랜드 부총리 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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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베넷(左), 잉글리시(右)

베넷(左), 잉글리시(右)

최근 급작스럽게 사임한 존 키 전 뉴질랜드 총리의 후임으로 12일(현지시간) 빌 잉글리시(55)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선출됐다. 신임 부총리에는 마오리족 혼혈로 미혼모 출신인 폴라 베넷(47) 사회주택부 장관이 뽑혔다. 빌 총리와 베넷 부총리는 이날 수도 웰링턴 총리 관저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공식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뉴질랜드헤럴드 등 현지 언론은 이날 집권 국민당이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키 전 총리의 후임 총리이자 당 대표로 빌을, 부총리이자 당 부대표에 베넷을 압도적 지지로 선출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키 전 총리는 지난 5일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라는 말을 남기고 돌연 사임했다.

17세에 딸 낳고 접시닦기 등 전전
25세에 대학 입학, 36세 정계 입문
총리엔 잉글리시 부총리 선출

1990년 정계에 입문한 잉글리시 총리는 교육부·보건부 등 주요 부처 장관을 거친 뒤 2001년부터 2년간 국민당 대표를 지냈다. 2008년 키 내각이 들어서면서 그는 8년간 부총리 겸 재무장관을 수행하며 뉴질랜드의 경제사령탑 역할을 맡았다.

그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적자를 지속해 온 뉴질랜드의 재정 상태를 지난해 흑자로 돌려놓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재무장관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빌은 이날 총리로 선출된 뒤 기자들에게 “경제 성장을 든든히 지원하고 이익이 폭넓게 공유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신임 부총리인 베넷은 친할머니가 타이누이족(마오리족의 일족)인 마오리 혼혈 출신이다. 타우포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17살 때 딸 애나를 낳아 정부 복지수당을 받으며 홀로 키웠다.

이후 접시닦기, 보조 간호사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다 25살의 늦은 나이로 대학에 들어가 사회복지학을 공부했다. 대학시절 학생회 활동으로 정치의 꿈을 키운 베넷은 2005년 국민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베넷은 부총리에 선출된 뒤 현지 국영방송(TVNZ)과의 인터뷰에서 “마오리족 미혼모로 우울한 10대를 보내던 내가 부총리에 올랐다”며 “뉴질랜드는 노력하는 사람에게 보상을 주는 나라”라고 소감을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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