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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빌딩에서 로봇이 싱싱한 농작물 주문생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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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9호 21면

1 한 토마토 농가에서 ICT 적용 시험을 시행하고 있는 모습.

유엔은 전 세계 인구가 2030년 84억 2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060년에는 100억 명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도 내놨다. 전 세계 많은 국가들이 저출산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도 인구가 증가하는 이유는 수명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유엔은 14세까지 유소년 인구비중은 2015년 5.5%에서 2060년에 3.7%로 떨어지는 반면 65세이상 고령인구는 같은 기간 9.3%에서 27%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고령화는 농업부분에서 더욱 가파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네비건트리서치는 도시인구의 증가속도는 전체 인구 증가속도보다 1.5배 빠르기 때문에 2050년에는 전 세계 인구의 70%가 도시에 거주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서도 농촌 인구의 감소와 고령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농촌 인구 비중은 2010년 6.2%에서 2014년 5.5%로 하락했다. 또 농촌 인구의 49.8%가 60세 이상이다.


이 같은 변화는 앞으로 식량부족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도시화에 따라 경작할 농지가 부족해지고, 농촌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농지의 면적당 생산성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도시인구 증가는 식량수요 증가로 이어진다. 공급은 줄어들고 수요는 늘어나는 현상 때문에 유엔은 머지 않아 식량문제로 인한 국가 분쟁이 일어날 소지가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

2 스마트팜은 농업과 IT가 융합한 첨단 기술이다.

[몬산토, 농산물 수확 최적화 정보망 가동]
이런 문제를 피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로 농업에 첨단 정보기술(IT)을 적용하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한국농촌진흥원이 가로 12.5m, 세로 10m 구획으로 나눠 벼 수확량을 조사한 결과 ㎡당 벼 생산량이 최소 341g에서 최대 601g까지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지역이더라도 토양·수분·일조량 등의 차이에 따라 생산량에 큰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이는 첨단 IT기술을 적용한 정밀농업을 도입하면 농업의 생산성을 증가시킬 여지가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농업과 첨단 IT를 융합한 것을 ‘스마트팜’이라고 한다. IT기술을 활용해 작물을 키우는 환경을 측정하고 분석해, 농부가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스마트팜의 핵심기술은 센서·클라우드·빅데이터라고 할 수 있다. 여러 종류의 센서를 부착해 농작물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예를들어 땅속에 센서를 심어서 토양의 수분·질소·칼륨 양을 측정해 농작물의 건강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조도·온도 센서 등을 파악해 농작물이 생육환경을 측정할 수 있다. 국내 통신업체인 SK텔레콤은 세종시에 ‘지능형 비닐하우스 관리시스템’을 구축해 스마트팜 시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농작물에 부착한 센서로 온·습도를 측정해 원격으로 농부에게 작물환경 현황을 알려준다.


작물이 자라는 환경을 관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작물이 생육하기에 적합한지 여부를 판별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빅데이터 기술이 중요하다. 빅데이터 기술은 작물의 상태와 환경의 상관관계를 비교분석 한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온도·습도·수분 등을 포함한 환경요인과 작물 상태의 상관관계를 끊임없이 관찰하고 분석해 작물이 생육하기에 적합한 최적의 환경을 찾는다. 필드 스크립트(Field Scripts)는 몬산토가 개발한 빅데이터 정보망이다. 토양 정보와 종자의 유전정보 등을 기반으로 농지에 적합한 품종과 파종량을 추천해준다. 모바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농부들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손쉽게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빅데이터 분석을 위해서는 고가의 하드웨어 장비가 필요하다. 기업 형태로 대농장을 운영하는 미국에서는 농부들이 이런 장비를 직접 구축할 수 있다. 그러나 소농장 형태인 국내 농업에는 장비구축 비용이 부담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클라우드 기술이 필요하다.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하면 현지에서 값비싼 하드웨어를 구매할 필요가 없다. 현지에서 센서로 얻은 정보들을 클라우드 센터로 전달하면 중앙 서버에서 분석해 결과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농업에 클라우드 기술을 접목하면 농부들은 연 단위로 사용료만 내면 정확한 작물 상태를 분석해주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국내 통신업체 KT는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GIGA 스마트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농지에서 측정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클라우드 센터에 전송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IT 기업인 후지쯔는 대규모 비닐하우스인 ‘클린룸’을 구축했다. 클린룸에서는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분석 기술인 ‘아카사이’를 적용해 고부가가치 작물을 생산한다. 원격으로 수집한 환경정보와 작물 품질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계절에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우수한 작물들을 재배할 수 있게 해준다.

[급성장하는 민간 드론 시장의 80%가 농업]
이처럼 스마트팜은 농작물의 상태를 파악하고 분석해서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해준다. 이에 더해 로봇·드론 산업의 급성장과 알파고 열풍 이후의 인공지능(AI) 도입으로 농업은 더욱 첨단화될 전망된다. 드론의 경우 1980년대부터 일본에서 비료와 농약 살포 용도로 사용됐다. 하지만 앞으로 농업에서 드론의 용도는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인포메이션은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상업용 민간 드론 시장이 연평균 3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연평균 10% 이상 성장하면 유망 산업으로 평가한다. 민간용 드론은 이 기준을 세배 이상 넘어서는 셈이다. 국제무인운송시스템협회는 이 같은 민간 드론 수요의 80%가 농업에서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의 비제이 쿠마르 교수는 과수원을 관리하는 드론을 시연했다. 광학 카메라를 단 드론은 과수원 주위를 비행하면서 모든 나무를 3차원으로 그리고 나무에 달린 과일 수를 세서 수확량을 정확하게 측정한다. 나무의 잎사귀 양과 분포를 측정하고 조도를 계산해 광합성 정도도 측정한다. 이뿐 아니라 드론에 장착한 적외선 카메라를 활용해 나무의 상태와 병충해 분포도를 정확하게 측정해낸다. 이런 정보들을 분석해 과수원 주인이 최소한의 노력으로 튼튼한 열매를 수확할 수 있도록 돕는다. 드론 제조업체 프레시젼호크가 내놓은 ‘랑카스터’는 다중 스펙트럼, 초분광 센서 등의 기술을 활용해 작물의 밀도와 건강 상태를 측정해 농부에게 제공한다.

3 스페인 애그로봇의 ‘SW6010’은 내장 카메라로 딸기의 크기와 숙성도 등을 파악한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농작물 생장 환경을 자동제어하는 기술의 개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덴마크 크리스텐센 농장은 빌딩형태의 통제된 건물 안에서 농작물을 키운다. 크리스텐센은 빛과 공기·열 등을 자동적으로 통제해 공산품처럼 농산물을 계획해서 생산할 수 있게 해준다. 이 기술이 고도화되면 소비자들이 원하는 다양한 작물들을 주문 생산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4 딸기를 수확해 자동으로 분류한다.

농업 인력을 로봇으로 대체하는 실험도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스페인 애그로봇(AGROBOT)은 딸기 수확용 ‘SW6010’ 로봇을 개발했다. SW6010은 팔에 달린 센서를 활용해 딸기의 모양과 크기에 따라 숙성 정도를 파악한다. 스스로 수확할 딸기를 선별한 뒤 날카로운 날로 수확한다. 사람보다 더 정확하게 분류까지 해 주기 때문에 농부들은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고, 소비자들은 믿을 수 있는 품질의 딸기를 맛볼 수 있다.


농업은 로테크(Low-Tech) 분야로 치부되면서 젊은층의 외면을 받았다. 그러나 식량 문제로 어느 산업보다 중요해지면서 첨단 기술을 적용한 하이테크(High-Tech) 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농업이 젊은이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업으로 바뀌는 날이 머지 않은 듯하다.


유성민IT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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