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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분위기 7차 촛불 “즉각 퇴진” 외쳐 … 보수 단체 맞불 시위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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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9호 3 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지만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은 10일에도 전국 곳곳에서 촛불을 밝혔다. 이들은 탄액안 가결에 만족하지 말고 헌법재판소가 탄핵안을 인용할 때까지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탄핵소추안 가결 후 첫 촛불집회는 시위라기보다 축제 분위기에 가까웠다. 시민들은 늦은 시간까지 폭죽을 터뜨리고 북과 장구를 쳤다. 이날 저녁 서울 시내에선 80만 명(주최 측 추산, 경찰 추산 12만여 명)이 촛불을 들었다. 전국적으로는 104만 명이 모였다.


“박근혜는 즉각 퇴진” “박근혜를 구속하라” “하루도 못 참겠다”는 구호가 이른 오후부터 서울 광화문과 청운동 일대에서 울렸다. ‘헌재도 박근혜 탄핵’ 등의 피켓을 든 시민들은 하나같이 박근혜 정권 즉각 퇴진과 조속한 국정 정상화를 외쳤다. 친구 네 명과 함께 집회에 참여한 평택 송탄제일고 1학년 김정룡(16)군은 “탄핵안은 가결됐지만 탄핵을 넘어 박근혜 대통령이 벌 받게 하라고 외치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김인빈(61·여)씨는 “탄핵 사유가 많아 시간이 걸리겠지만 다 검토해서 세월호 유가족, 노동자의 억울한 심정이 조금이나마 풀리길 바란다. 본인이 진심으로 반성하며 적절한 행동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인영(61·인천 구월동)씨도 “하루라도 빨리 대통령이 물러나야 국가가 안정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혼란이 오래가면 국민 마음만 아프다”며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오후 4시30분쯤 청와대 앞부터 광화문광장을 메운 시민들은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바라면서 10초간 3번 함성을 외쳤다. ‘황교안 내각 즉각 총사퇴’ 등의 피켓과 “황교안 내각 필요 없다”는 구호도 추가됐다. 유환조(24)씨는 “황교안·김기춘 등이 보좌를 제대로 못했다. 듣기 좋은 말만 하는 간신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처벌받지 않으면 열심히 사는 시민이 좌절한다. 철저하게 조사해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상헌(51·서울 암사동)씨도 “황교안·김기춘·우병우 등 다 잘못과 책임이 있는데 아무도 처벌받지 않고 멀쩡하게 있으니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오후 5시30분쯤엔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등 보수단체와 시민 사이에 마찰이 있었다. 경복궁역 인근 통의로터리에서 촛불을 든 시민과 박사모 회원 간에 서로 욕을 하거나 목청을 높이는 일이 발생했다. 주먹질은 없었지만 박사모 대열 중 한 명이 시민에게 머리를 맞았다. 이날 탄핵에 반대하는 보수단체 회원은 지금까지 집회 중 가장 많이 몰렸다. 주최 측은 “총 100만 명의 애국 시민이 모였다”고 했다. 경찰 측은 집회 참석 인원을 4만여 명으로 추산했다.


오후 6시쯤 본 집회가 시작됐다. 시민들의 양보로 세월호 유족과 청각장애인 등이 무대 앞쪽에 자리를 잡았고, 유경근 세월호가족위 위원장의 발언이 이어졌다. 오후 7시엔 1분 동안 모든 촛불이 꺼졌다. 사회자는 눈을 감아 달라며 박근혜 정권 이후 목숨을 끊은 노동자들의 이름과 세월호 희생자의 이름을 열거했다. 백남기 농민과 지난 5월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열차에 치여 숨진 김모군의 이름도 포함됐다.


지방 곳곳에서도 촛불이 환하게 밝혀졌다. 특히 전남 여수 거문도에선 어선 10척이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바다 시위를 벌였다. 어민들은 ‘박근혜 즉각 구속 수사하라’ ‘용왕님이 노하셨다, 당장 퇴진하라’ 등의 구호가 적힌 깃발을 배에 매달았다.


서영지·정현진·윤정민·윤재영 기자vivi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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