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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과 다니며 IT 전공…학과 칸막이 없어진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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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고려대 문과대 2학년 A씨(22)는 전공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대신 인공지능에 관심이 많은 그는 ‘언어, 뇌, 컴퓨터(LB&C)’ 전공을 이수하려고 마음먹었다. 취업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다. 국문·영문·심리·컴퓨터학과가 공동으로 올해 처음 개설한 융합학과다.

내년부터 단과대·학과 융합전공제
1년 5학기 등 유연학기제도 도입
대학 학사제도 개선안 입법 예고

그러나 A씨가 이 전공을 이수해도 그의 ‘제1전공’은 바뀌지 않는다. 그는 “입학 당시 전공을 바꾸려면 전과·편입 절차를 거쳐야 해 너무 까다롭다”고 말했다.

A씨 같은 고민을 가진 대학생을 위해 이르면 내년부터 각 대학에서 융합(공유)전공제 개설이 보다 자유로워진다. 이를 제1전공으로 이수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현재는 융합학과라도 입학정원을 정해 뽑고 있는데, 앞으로 여러 학과·대학을 융합해 새로운 전공을 쉽게 개설할 수 있게 된다.

교육부는 8일 대학 학사제도를 개선하는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대학·학과·전공 간 칸막이를 없애 융·복합 교육을 쉽게 하도록 돕는 게 핵심이다. 내년 2월까지 시행령을 개정하면 1학기부터 적용이 가능하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학생은 자신이 속한 학과 전공 대신 융합전공만 이수해도 졸업할 수 있다.

서로 다른 두 대학이 함께 융합전공을 개설할 수도 있다. 예컨대 A대 경제학과와 B대 IT학과가 연합해 ‘사이버 상거래학 전공’을 만드는 식이다.

현재는 정규 2개 학기에 여름·겨울방학 학기를 더해 연간 4개 학기까진 편성이 가능하다. 앞으로는 연간 5개 이상의 학기를 운영할 수 있다. 가령 1학년은 오리엔테이션 학기를 별도로 빼 3개 학기로 나눌 수 있다.

매주 같은 시간을 강의하지 않고 특정 시기에 몰아서 하는 집중강의·집중이수제도 허용된다. 석 달에 걸친 학기라면 앞의 두 달은 강의에 집중하고 마지막 달은 현장실습을 하는 식이다. 다만 ‘1학점당 15시간 강의’ 원칙은 유지된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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