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전형 등급 상향’ 금감원 특혜채용 의혹 사실로…검찰 수사의뢰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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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금융감독원이 전직 국회의원의 아들을 변호사로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이 금감원 감사에서 사실로 드러났다. 김일태 금감원 감사는 8일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감사는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이 2014년 변호사 경력 채용 때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갓 졸업한 A씨를 이례적으로 채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게 발단이 됐다. A씨의 아버지는 최수현 당시 금감원장과 행정고시 동기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당시 인사 실무책임자였던 이상구 총무국장(현 부원장보)은 변호사 채용 과정의 첫 단계인 서류전형에서 서류 심사기준인 평가항목과 배점을 여러 차례 변경했다. 이는 A씨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 부원장보는 A씨의 등급을 올려준 이유에 대해 별다른 소명을 하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서류전형을 진행했다면 A씨는 서류전형을 통과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애초 특혜채용 의혹의 핵심이었던 지원요건 완화(변호사 경력 1년 이상→국내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로스쿨 졸업자가 크게 늘어난 데 따른 조치였다는 설명이다. 필기(논술)·면접 과정에선 부당행위로 볼 수 있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금감원은 이번 채용 비리에 연루된 직원들을 징계하기로 했다. 이상구 부원장보를 비롯해 당시 인사팀장 등이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원장보는 전날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 차원에서 진웅섭 금감원장에 사의를 표명했다.

금감원은 이 부원장보를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면 금감원 감사 과정에서 조사하지 못했던 최수현 전 금감원장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감사에서는 당시 인사권자인 최수현 전 원장과 인사담당 임원(부원장보)이었던 김수일 부원장(현직)의 혐의점은 찾지 못했다. 금감원 노조는 “김수일 부원장은 감독 소홀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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