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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유튜브 레드’ 세계 5번째로 한국 서비스하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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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유튜브 네이티브’(YouTube Native).

아프리카TV·네이버 등도 총공세
CJ는 신개념 ‘1인 방송국’ 투자도
콘텐트 창작자들 돈 벌 시장 커져

거실TV보다 스마트폰 앱 ‘유튜브’에서 동영상 콘텐트를 더 많이 소비한다면, 시간 맞춰 TV 방송 프로그램을 챙겨보는 것보다 유튜브 채널을 알람으로 받아보는 데 더 익숙하다면 당신도 ‘유튜브 네이티브’다. 태어나면서부터 스마트폰 유튜브 채널로 타요와 뽀로로를 접하는 요즘 유아들이나 모바일 쇼핑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이후 출생자) 역시 대표적인 유튜브 네이티브에 속한다.

최근 이런 유튜브 네이티브의 시간을 붙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유튜브를 비롯해 국내 아프리카TV, 네이버 TV캐스트, CJ E&M 다이아TV, SK브로드밴드 옥수수 등은 독점적인 오리지널 콘텐트를 제작하거나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런 플랫폼에 양질의 콘텐트를 공급해 줄 1인 크리에이터(창작자)와 MCN(멀티채널네트웍스) 사업자들을 위한 새로운 수익 모델도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MCN은 크리에이터 매니지먼트를 포함해 모바일 콘텐트 생산, 제작, 유통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광고없는 유튜브인 ‘유튜브 레드’가 6일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먼저 출시된 유튜브 레드는 1년 만에 미국·호주·뉴질랜드·멕시코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번째로 한국에 출시됐다. 이날 서울 강남구 청담씨네씨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아담 스미스 유튜브 프로덕트 매니지먼트 부사장은 “모바일 소비자가 많은 한국은 유튜브 레드에 최적화된 시장이기 때문에 아시아 첫 출시 국가로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튜브 레드의 가장 큰 특징은 광고를 보는 대신 동영상을 무료로 볼 수 있는 일명 ‘유튜브 룰’을 깼다는 것. 사용자가 유튜브 앱에서 레드에 가입한 뒤 월 7900원(애플iOS 사용자는 월9.89달러)을 내면 모든 유튜브 동영상을 광고 없이 감상할 수 있다. 또 동영상을 저장해뒀다가 인터넷이 끊긴 상태에서도 볼 수 있고(오프라인 재생) ▶다른 앱을 쓰거나 화면이 꺼진 상태에서도 동영상을 볼 수 있다(백그라운드 재생). 유튜브 레드 가입자는 유튜브의 뮤직비디오 앱인 ‘유튜브 뮤직’도 광고 없이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유튜브 레드가 국내 소비자의 지갑을 얼마나 열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유튜브는 레드 가입자 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글로벌 미디어 업계에서는 200만 이하로 추정하고 있다. 월 사용자 10억명에 달하는 유튜브의 위세에 비하면 레드의 성적표는 기대에 못 미친다. 이같은 부진을 깨기 위한 무기는 독점 ‘오리지널’ 콘텐트다.

아담 스미스 부사장은 “K팝 스타 ‘빅뱅’이 출연하는 오리지널 콘텐트가 내년에 한국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오리지널 콘텐트 제작을 위해 국내 MCN 등과 협의 중이다.

◆크리에이터 무대 방송으로 확대=유튜브 레드에 기대가 큰 쪽도 소비자들보다는 크리에이터들이다. 사용자가 광고를 볼 때마다 유튜브와 광고 수익을 나눠갖는 기존 수익 모델 외에 돈 벌 기회가 또 생겼기 때문이다. 가입자가 낸 7900원을 유튜브와 크리에이터·MCN이 나눠 갖는다. 어린이 팬 사이에서 ‘초통령’으로 불리는 크리에이터 도티(본명 나희선·유튜브 구독자 130만명)는 “한때 방송국 입사 취업 준비생이던 내가 지금은 유튜브 누적 조회수 9억뷰(view)를 보유한 크리에이터겸 MCN(샌드박스네트워크) 공동 창업자가 됐다”며 “‘유튜브 레드 수익이 어느 정도 확보되면 콘텐트 생산에 재투자할 여력이 늘어 경쟁력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MCN 트레져헌터의 송재룡 대표는 “‘유튜브 네이티브’ 소비자들이 늘어나면 머지않아 라이브 쇼핑 방송도 유튜브 같은 플랫폼에서 가능해질 것”이라며 “소비자의 구매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중국 ‘왕홍’ 같은 커머스 전문 크리에이터들이 국내에서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쇼핑몰 G마켓이 대도서관·씬님·밴쯔 등 유명 크리에이터 12명을 출연시킨 홍보 영상 ‘쇼핑 어벤G스’로 제품 판매량을 6배 이상 올리면서 ‘커머스 크리에이터’ 분야도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 100만 이상 구독자를 확보한 국내 유튜브 채널은 50곳, 활동하는 1인 크리에이터는 약 2000명, MCN도 70여곳이나 된다.

내년부터는 국내 크리에이터들이 방송에도 진출한다. 2013년부터 MCN 사업에 투자한 CJ E&M이 보유 중인 영화 채널(OCN시리즈)을 MCN 전문 방송 ‘다이아TV’로 바꿔 다음달 1일 개국한다. 유튜브에서 콘텐트 크리에이터로 시작한 MCN이 전통 미디어인 방송으로 영역을 넓히는 것이다. 황형준 다이아TV 본부장은 “디지털 인플루언서(영향력이 큰 개인)인 1인 창작자들이 인터넷 방송에만 머무를 이유가 없다”며 “매일 2시간씩 케이블TV와 모바일 앱을 연동한 실시간 방송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크리에이터는 방송 출연료와 별개로 모바일 앱에서 상품 판매를 통해 추가 수익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뷰티크리에이터 씬님(본명 박수혜)은 “출연료 수입 자체보다도 1인 크리에이터로서 브랜드 영향력을 더 키울 수 있는 넓은 무대가 생겼다는 점에서 방송 진출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조영신 SK경제경영연구소 박사는 “최근의 MCN 사업자들은 유튜브에 콘텐트를 제공하는 크리에이터 집단을 넘어, 모바일 동영상으로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지 다 하는 추세”라며 “국내외 플랫폼들이 오리지널 콘텐트 제작 경쟁에 뛰어들면서 MCN 사업자들에게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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