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코더 박사 염은초 "리코더 연주의 매력 전파하는 뮤직엔터테이너가 꿈"

중앙일보

입력 2016.12.06 14:17

업데이트 2016.12.06 16:16

리코디스트 염은초씨. 우상조 기자

리코디스트 염은초씨. 우상조 기자

지난달 30일, 경쾌하고 청아한 소리가 공간을 가득 메웠다. 염은초(24)씨는 음악교구로 널리 쓰이는 소프라노 리코더 한 대로 감미로운 클래식 연주를 들려줬다. “비발디의 ‘리코더 콘체르토 443번 1악장 알레그로’입니다. 리코더는 쉬운 악기란 인식이 강하지만 연주자의 기량이 정확한 음정과 일정한 소리를 좌우한답니다.”

염씨는 리코더를 전문으로 연주하는 리코디스트다. 리코더로 학사·석사에 이어 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그는 16세에 스위스 취리히 음대 리코더학과로 유학을 떠났다. 그 후 바젤 스콜라 칸토룸에서 석사 과정을 밟은 뒤 지난해 영국 길드홀음악연극학교에서 1년 만에 박사를 마쳤다. 그는 2012년 독일 니더작센 국제리코더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최근엔 포털 사이트의 인기 검색어에도 올랐다. MBC 예능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해 리코더 연주를 선보이면서다. 그는 방송에서 가수 정은지에게 리코더 연주법을 가르쳐줬다. “학창시절에 리코더 연주를 즐겼던 정은지씨가 저의 연주 영상을 보고 제작진에게 저의 섭외를 요청했다네요. 리코더를 사람들에게 알릴 기회였죠.”

리코더는 고(古)음악의 원조다. 18세기 서양 클래식 음악이 확립되기 이전인 바로크 시대까지 전성기를 누렸다. 종류도 다양하다. 음역에 따라 소프라노·베이스·알토·테너 등으로, 재질에 따라 플라스틱·올리브나무·상아 등으로 나뉜다. 염씨는 리코더 30대를 보유하고 있다.

그가 리코더를 처음 분 건 초교 3학년 음악수업 때였다. “제 숨이 아름다운 소리가 되는 게 마법처럼 느껴졌어요.” 그 뒤 초교 6학년 때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교육원 리코더과에 합격했다. 리코더 연주자로 진로를 정한 뒤엔 수영을 배워 폐활량도 늘렸다. 하지만 국내에 리코더 연주자는 드물다. 이런 이유로 염씨는 중학교를 홈스쿨링하면서 스위스 등지를 오고 가며 개인 레슨을 받았다. 주변에선 “리코더는 나도 왕년에 좀 불었다”면서 핀잔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염씨는 좌절하지 않고 하루에 10시간씩 리코더를 불어 실력을 키웠고 마침내 해외 명문 음대에 입학했다.

그는 ‘뮤직엔터테이너’를 꿈꾼다. 자신의 연주 영상을 셀프 촬영해 페이스북에 수시로 올린다. 이달 15일에는 서울 종로구 재능문화센터(JCC) 콘서트홀에서 연주회도 가질 예정이다. 내년엔 한 악기회사와 손잡고 전국 초등학교들에서 리코더 강좌도 열 계획이다. “리코더가 얼마나 매력적인 악기인지 대중에게 제대로 알리고 싶어요.”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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