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자회담, 치밀한 전략 있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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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북한과 미국이 6자회담에 합의함으로써 북한 핵문제는 중대전환을 맞이했다. 회담의 구체적 일정에 대해선 아직 더 많은 협의가 필요하지만 북핵 문제가 최악의 고비를 넘기고 평화적 해법의 길로 들어선 것만은 분명하다.

이번 기회는 북한 핵위기가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때문에 한국과 관련 당사국들은 이번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 북한 핵위기를 완전하고도 불가역적(不可逆的)인 방법으로 해소하고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신구조를 구축해야만 한다.

중국과 러시아가 참여하는 6자회담 틀은 분명 전통적인 북방연대(북.중.러)와 남방연대(한.미.일)간의 팽팽한 수적 균형에서 출발하고 있다. 또 이런 다자 틀 속에서 주도권을 쥐어본 적이 없는 한국 외교로서는 버거운 회담 형식이다.

한국이 치밀한 전략과 단기 성과에 급급하지 않는 인내, 회담 참여국들을 설득해 낼 수 있는 확실한 비전이 없다면 이번 회담은 자칫 냉전시대 진영외교의 형태로 지루하게 흘러가는 가운데 우리의 운명이 외세에 의해 결정되는 위험스러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때문에 정부는 치밀한 전략적 사고와 장단기 대책, 비장한 각오를 갖고 이번 회담에 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한.미.일 3국 간 공조가 더욱 강화돼야 한다. 분명하고도 즉각적인 정보 공조와 협의, 합의를 통해 3국 공조 틀이 지난 50년뿐만 아니라 향후에도 이 지역 발전과 번영의 든든한 버팀목임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동시에 중국과 러시아가 일방적인 북한 편들기가 아닌 현실적.실용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이들 국가와의 사전외교에도 힘써야 한다. 또한 핵만이 아닌 미사일.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등에 대한 논의도 함께 진행해 이번 기회를 한반도 긴장완화 및 평화체제 구축의 기회로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물론 북한에 대해서도 핵을 포기할 경우 주변 당사국 및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 체제에 대한 보장과 과감한 경제지원을 제공할 것이라는 분명하고도 확신에 찬 설득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