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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아날로그 사운드 LP의 귀환…2030세대 음악적 감성 자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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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 판매량 5년 새 12배
서울 이태원에 있는 대형 레코드숍 ‘바이닐 앤 플라스틱’의 레코드숍에서 젊은 여성들이 LP로 음악을 감상하고 있다.

서울 이태원에 있는 대형 레코드숍 ‘바이닐 앤 플라스틱’의 레코드숍에서 젊은 여성들이 LP로 음악을 감상하고 있다.

"지지직” 소리를 내며 턴테이블 위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LP(Long Playing). 디지털 음원에 밀려 골동품 취급을 받던 LP가 음반시장에서 복고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옛 가수부터 아이돌까지 한정판으로 LP를 내놓더니 서울 도심엔 레코드숍이 속속 들어섰다.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디지털로 음악을 듣던 젊은이들이 LP 음색에 빠졌다.

유명 가수들 한정판 불티나
도심에 음악 감상 레코드숍
디지털 방식 턴테이블 선봬

직장인 김예현(36·서울 방화동)씨는 최근 LP 음반 몇 장을 구입했다. 우연히 들른 서울 이태원의 한 레코드숍에서 평소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LP로 듣고 난 뒤 소장하기 위해서다. 집에 턴테이블이 없어 조만간 구입할 생각이다. 김씨는 “스마트폰으로 듣던 깨끗한 음질과 달리 잡음이 섞인 소리에 끌리는 것 같다”며 “도서관에서 책을 찾는 것처럼 음반을 골라 턴테이블 위에 얹고 바늘을 올려 듣는 과정도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감성이 가득한 LP 인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그동안 과거에 대한 향수로 중·장년층이 LP를 구매했지만 최근엔 아날로그 사운드를 즐기는 2030세대가 이 흐름을 이끌고 있다.

20~30대 LP 구입률 매년 증가

유명 가수들이 한정판 LP를 내놓기 시작하면서 시장에 활기가 돌고 있다. 2013년 조용필과 지드래곤이 각각 상반기와 하반기 LP 음반을 선보였다. 지드래곤은 2013년 9월 8888장 한정으로 LP 음반을 내놨는데 예약 판매 하루 만에 다 팔렸다.

2014년엔 아이유가, 지난해엔 버스커버스커가 한정판 LP를 발매했다. 올 6월엔 걸그룹 원더걸스가 새 싱글 앨범 ‘아름다운 그대에게’를 CD가 아닌 LP로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서울레코드페어에서 한정판으로 제작된 LP 500장을 판매했는데 1시간30여 분 만에 품절됐다. 17회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실황 앨범도 LP로 발매돼 인기를 끌고 있다.

판매량도 늘었다. 인터넷 음반·도서 판매업체인 예스24에 따르면 LP 판매량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0년 3838장 팔리는 데 그쳤지만 지난해 4만7148장이 팔렸다. 5년 새 12배 넘게 판매량이 급등했다. 올 들어 11월 말까지 4만6325장이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가량 판매량이 늘었다. LP 판매량이 증가한 데는 20~30대가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전체 판매량 중에서 40~50대가 구입한 비율은 2013년 67.3%, 2014년 56.2%, 2015년 53.6%로 낮아진 반면 20~30대는 27.5%, 38.0%, 40.1%로 높아졌다.

젊은층이 LP에 눈을 돌리면서 CD와 MP3에 밀려 자취를 감췄던 LP가 다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레코드숍이 생기고 관련 상품도 속속 나온다. 2030세대에게 ‘핫 플레이스’로 통하는 서울 이태원엔 지난 6월 대형 레코드숍이 문을 열었다. 현대카드가 선보인 ‘바이닐 앤 플라스틱’이다. 희귀 LP를 비롯해 1만여 장의 LP를 보유하고 있다. ‘비틀스’ ‘아바’ 등 각 시대와 장르를 대표하는 뮤지션의 LP를 턴테이블에 올려 직접 감상하고 구입할 수 있다. 이 레코드숍 송성욱 매니저는 “음악을 소유하며 즐기는 아날로그적인 재미를 일깨우는 ‘음악 놀이터’다. 오픈 이후 하루 평균 800명이 찾아오는데 20~30대 젊은층이 많다”고 설명했다.

LP를 재생할 수 있는 턴테이블도 주목 받고 있다. 소니, 테크닉스, 오디오테크니카 같은 음향기기 전문업체들이 신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턴테이블과 PC와 바로 연결해 LP 음악을 MP3와 같은 디지털 음원으로 변환할 수 있는 턴테이블 제품도 나오고 있다. 미국 음향기기 기업 크로슬리는 가방형 턴테이블을 판매한다. 주홍·파랑 등 색상이 다양해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일본의 음향 전문기업인 오디오테크니카는 최근 세련된 디자인과 초보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보급형 턴테이블 3종을 내놓았다. USB 케이블로 PC나 노트북에 직접 연결해 MP3 파일로 저장할 수 있다.

소니코리아도 LP 감상과 디지털 음원 변환 기능을 동시에 지원하는 턴테이블을 지난 10월 출시했다. 김인혜 소니 프로덕트 매니저는 “LP가 가진 음색을 디지털 음원 파일로 변환해 편집하거나 저장할 수 있게 돼 스마트폰, 카오디오, PC 같은 기기에서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LP 음색을 디지털 음원 파일로 바꿔 편집하거나 저장할 수 있는 소니의 턴테이블 ‘PSHX500’.

LP 음색을 디지털 음원 파일로 바꿔 편집하거나 저장할 수 있는 소니의 턴테이블 ‘PSHX500’.

디지털 음원으로 변환 가능

LP로 음악을 들으려면 기본적으로 턴테이블과 앰프, 스피커가 필요하다. 집에 오디오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면 턴테이블을 연결하면 된다. 이때 앰프에 턴테이블의 전기신호를 증폭해 주는 ‘포노(PHONO) 앰프’가 내장돼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포노 앰프가 없는 앰프라면 별도로 구매해 앰프와 턴테이블 사이에 연결해야 한다.

LP 입문자라면 포노 앰프가 내장된 제품이 적당하다. 추가로 포노 앰프를 연결하지 않아도 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오디오가 없거나 가성비를 따진다면 보급형으로 나온 일체형 턴테이블을 권한다. 턴테이블 안에 앰프와 스피커까지 달려 있다. 가격은 10만원대부터 다양하다. 오디오테크니카 수입사인 세기AT 김영민 차장은 “일체형 제품을 고를 땐 버튼 하나로 자동 재생이 되는지, 스피커·이어폰·헤드폰 같은 리시버를 연결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영국 오디오 브랜드 GPO의 휴대용 턴테이블.

영국 오디오 브랜드 GPO의 휴대용 턴테이블.

음질을 고려한다면 중고 턴테이블을 추천한다. 1950년대 이후부터 80년대까지 LP가 전성기를 이룰 때 생산된 제품은 원자재 값이 저렴할 때 만들어져 지금보다 고가의 부속품이 들어갔다. 수명이 길어 지금 사용하기에도 괜찮다. 가격은 요즘 나온 일체형 턴테이블보다 비싸다. 30년 가까이 LP를 모은 음악애호가 최정동씨는 “바늘, 톤암, 카트리지 같은 구성품을 직접 골라 조심스럽게 다루다 보면 물건 자체에 애정이 더해진다”며 “입문자는 책을 보면서 전문적인 지식을 쌓은 뒤 과거 생산된 명품 턴테이블 중에서 저렴한 중고 제품을 사길 권한다”고 조언했다.

입문자 위한 턴테이블 고르는 노하우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턴테이블 관련 공부 필수
●턴테이블·앰프·스피커가 있다면 포노 앰프 있는지 확인
●포노 앰프가 없으면 별도 구매해 앰프와 턴테이블에 연결
●오디오 시스템이 없거나 입문자라면 일체형 턴테이블 추천
●음질 따진다면 중고 턴테이블 중에서 저렴한 제품 구입

글=한진 기자 jinnylamp@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박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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