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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사진관] 최순실 국정농단… 그래도 '창조경제'는 살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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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올해로 4회째인 '창조경제 박람회'가 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다. ‘내일의 변화, 오늘에 담다’를 슬로건으로 4일까지 계속되는 이 행사는 1687개 기관·대기업·벤처기업·스타트업 등이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이다. 미국, 러시아, 중국, 대만, 태국, 베트남 등 외국의 중소기업, 대학교에서도 부스를 마련해 자신들이 만든 상품과 기술을 알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건강상 이유로 참가하지 못한 경우를 제외하곤 첫 해인 2013년부터 개막행사에 참가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창조경제가 최근 불거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타격을 받았다. 결국, 개막식에는 박 대통령뿐만 아니라 지난해 참가했던 경제단체장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개막식에는 최양희 미래부 장관을 비롯한 최동규 특허청장 등이 참석했다. 최 장관 등은 개막식 후 행사에 참가한 주요업체 전시물을 살펴 봤다.

대기업이 준비한 전시물은 VR(가상현실)을 이용한 각종 게임 및 시뮬레이터 등이 많았다. 행사장에는 단체로 찾은 중고생들이 많았다. 이들은 현장을 설명해주는 안내자와 함께 주요 기업의 설치물을 살펴보았다. 가상현실 게임이 많이 설치되어있어 사실상 놀이공원에 놀러 온 듯한 분위기였다.

행사는 코엑스 전시관 A, B, C홀 및 그랜드볼룸에서 열리고 있다. 대기업이 준비한 전시관에는 많은 볼거리가 있어 학생들을 비롯한 관람객이 붐볐지만,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모여 있는 곳은 상대적으로 관람객이 적어 한산했다.

여기서 눈길 끄는 사람을 만났다. (주)아모랩의 김민규 대표는 미국 일리노이 대학을 3년 마친 뒤 2016년 회사를 설립했다. (주)아모랩은 휴대용 무선 필기입력 태블릿을 개발했다. 스마트폰과 무선으로 연결해 삼성의 노트시리즈 처럼 펜을 이용할 수 있게 만든 제품이다. 현재 (주)아모랩은 경기도 의왕시 1인창조기업비즈니스센터에 입주해있다. 김 대표는 대학 내 컴퓨터 동아리 활동 중 자신은 회사를 창립했고 친구 2명은 학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업비용 2천만 원은 영어과외 등을 하면서 마련했다고 전했다. 제품개발과 자금지원 요청, 판촉 등 모든 것을 혼자 하기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개인의견이라는 전제하에 "정부가 다수의 스타트업을 지원해주기보다 소수정예로 선발해 지원액수를 늘려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부스 한 곳에 약간은 황당해 보이는 문구가 보였다. '그린에너지 혁명, 바닷물로 동력을 얻는 방법이란 글귀 아래에 한반도 그림과 함께 동해와 서해를 관통하는 터널에 발전기를 설치한 모습이다. 발명가 정선영씨가 출원한 아이디어다. 정 씨는 서해 썰물 때 동해보다 낮은 해수면을 이용해 동해 바닷물을 서해로 흘려보내면 발전동력으로 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깊이 10m 폭 20~30m 크기의 터널을 건설한 뒤 여기에 발전기를 여러 개 설치하면 연간 2조kw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 씨는 남성용 정력팬티를 1978년 발명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 팬티는 1994년 11월 29일 남산 한옥마을에 묻은 서울시 타임캡슐 수장품 400개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정 씨는 올해 나이가 80이지만 여전히 정력적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서해를 관통하는 터널 아이디어도 3년 전인 2013년 생각한 것이라고 전했다.

행사장에서 만난 이 두 사람은 할아버지와 손자 정도로 나이 차가 있지만 신기술, 신제품에 대한 열정만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한국경제를 일으키고 밝은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결국 이들의 열정과 실력이다. 최순실의 비선과 탈법, 그리고 우주의 기운이 만들 수 없다.

사진·글 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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