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의 위협 "유럽에 300만 난민 보내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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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유럽이 우릴 계속 협박하면 국경을 열겠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이스탄불에서 열린 여성 여성단체 행사에서 “터키는 300만~350만 명이나 되는 난민을 먹이고 있다”며 한 얘기다. “(불가리아와 터키 사이인) 카프쿨레 국경에 5만 명 난민이 모여들자 유럽은 비명을 지르며 터키가 국경을 열면 어떻게 할지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는 말도 했다. 난민들의 유럽행을 허용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유럽의회가 전날, 터키와의 유럽연합(EU) 가입 협상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결의안을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킨 데 대한 반발이다. 당시 찬성 479표에 반대 37표, 기권 107표였다. 권고안일 뿐이지만 EU의 최근 반터키 정서를 드러낸 움직임이다.

에르도안은 오히려 약속을 지키지 않은 건 EU라고 비난했다. 올 3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주도로 EU와 터키 간 체결된 난민 송환 협정을 두고서다. 협정 이후 유럽으로 유입되는 난민은 하루 2000명꼴에서 100명 이하로 줄었지만 EU가 약속한 터키인들의 무비자 EU 입국 약속은 실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7월 터키에서 쿠데타 시도 이후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언론·관료·사법부를 대거 숙청하면서 EU·터키 관계가 멀어졌다. 에르도안의 사형제 도입 입장을 두곤 EU에선 “그러면 EU협상과 불가”란 발언도 이어졌다.

양측이 달아오르자 다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나섰다. 그는 소속 의원들과 만남에서 “난민협정은 양쪽 이해에 다 맞아떨어진다”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유럽인으로서 의무를 다해야 하고, 이는 터키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터키와의 협상에 실패할 경우에 대해선 “플랜B(대안)는 없다. 힘들지만 이 계획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유럽 일각에선 만일 무비자 계획이 틀어지면 에르도안 대통령이 실제 난민들의 유럽행을 허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프랑스의 제1야당인 공화당 대선 후보 결선투표를 앞두고 있는 선두주자인 프랑수아 피용은 “이민을 최소화하겠다”고 다짐했다. 급진 이슬람을 향해선 “나치와 같은 전체주의자”라고 비판했다. 결선투표행에 유력한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를 의식한 ‘우클릭’ 행보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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