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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전황 알리듯 연일 톱뉴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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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일반도체전쟁이 불을 뿜음에 따라 일본뿐 아니라 국내 반도체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번 미국의 대일보복조치는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무슨 일이든 할수있다는 힘의 과시로 풀이된다. 동시에 반도체뿐 아니라 세계무역질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에 일본은 어떻게 대응하는지, 그리고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지를 알아본다.<미일 반도체전쟁>
반도체를 사용한 일본제품에 대해 일률적으로 1백%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미국의 감정적조치에 대해 일본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미일관계에 대해서는 늘 신중해왔던 일본언론들도 「일본의 감정」을 무시한 미국의 조치를 사실상 무역마찰을 둘러싼 대일선전포고로 간주하고 양국간에 체결된 반도체협정의 파기등 강경대응책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촉구하고있다.
파국을 피하기위해 일본기업들이 미국산 컴퓨터등을 구입해야 한다는 정부의 권장에 대해 일본산업계는 매우 냉랭하다. 『뭘 구입하란 말인가. 쓸만한게 없지 않은가. 앞으로도 구입할 생각이없다』고 반발하고 『일본통산성은 미국의 앞잡이』라고까지 비판하고 나섰다.
『미국이 일본제품에 사형을선고』 (조일신문) 한데 대해『일본이 핏대를 올리면 사태가 험악해지므로』 (매일신문) 흑자대국 일본이 흥분해서는 안되며 『징벌적 고관세율을 부과한 미국은 비상식적 조치를 철회하고 냉정을되찾으라』(동경신문) 고 요구하는 일본언론의 보도자세도 꽤 굳어있다.
일본의 TV는 전황을 알려주듯 미국의 보복 조치를 연4일째 시간마다 톱 뉴스로 다루었다. 미국의 「무차별적」인 대일공격이 풍요를 만끽하고 있는 일본인의 국가의식을 일깨워주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
사실상 「수입금지」나 다름없는 미국의 조치에 대해 일본이 섣불리 대응하면 현재 미의회에서 심의중인 보호무역법안에도 악영향을 미칠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일본은 미국과 긴급협의 개최를 요구하고 주미대사를 황급히 불러들여 미국의 속셈을 타진하며 4월 하순으로 예정된 미일정상회담에서 우호회복을 다짐할수 있도록 최대한의 성의 표시에 분주하고있다.
경제전문가들은 반도체보복조치가 미일무역전쟁 상태로 확대된다면 1930년대처럼 미보호무역 입법으로 세계의 블록경제화가 재현될지도 모른다고 심각히 우려하고있다.
일본이 미국에 「선심」을 쓸수있는 조치란①미제 대형 컴퓨터 도입측진 ②대판해안에 건설계획인 신국제공항 건설참여 ③국제통신사업 참여등 일본시장을 더욱 개방시키는것이다.
미국이 보복조치를 실시하기까지 최대한 2개월의 유예기간에 일본이 이같은 성의를 실현시키지 않는한 미국의 보복조치를 철회시키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다.「나카소네」수상은 부가세 도입여부로 야당과 대결상태에 있으며 올해 예산심의도 거부당하고 있어 미국측이 요구하는 내수확대정책에 손도 쓰지 못하고 있다. 집권자민당정부가 반도체및 통신·건설시장을 더욱 개방할 경우 엔고불황을 호소하는 업계의 격렬한 저항때문에 안팎으로고초를 당하게될 것이다.
일본업계는 반도체 부문에서 미국을 훨씬 앞서가는 기술이 미국에 위기감을 불러일으켜 일본에 제재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 일본전신전화회사(NTT)가 최첨단의 16메거비트 칩의 시험개발에 성공하자 미국의 국무성·국방성이 국가안보에 위협을 느꼈으며 요란한 보복조치까지 끌어내게 됐다는 분석이다.
자원빈국 일본의 입장에서는 기술개발을 더욱 촉진하되 이의 진척여부에 대해 더욱 비밀을 유지, 미국을 자극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여론이다.
미국의 대일반도체 싸움은 자칫하면 한국으로 번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최근 일본통산성은 한국이 해외시장에서 『반도체 칩을 덤핑하고 있다』고 미국측에 알려 대일공격의 화살을 한국으로 돌리려는 술책을 쓰고있다.<한국업계의 입장>
미국이 발표한 보복조치는그 대상을 일본으로 명시하고 있고 실제로 우리나라가 미국에 반도체를 수출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한국산 반도체가 미국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2%에 불과하다.
작년 12월 우리나라를 방문한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 의「앤드루·프로카시니」회장은 일본이 미일 반도체협정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강한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한국의 반도체수출에 대해서는 『규모가 작아 문제의 대상이 되지않는다』며 규제 가능성을 부인한바 있다.
현재 국내의 반도체 생산·수출현황을 보면 중소업체까지를 포함한 30개사가 86년에 모두 16억2천1백만달러상당의 각종 반도체를 생산, 13억8천3백만달러어치를 수출했으며 그중 대미수출물량은 7억8천만달러어치 였다.
올해에는 약 21억달러어치를 생산, 18억달러어치를 수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미수출의 대부분은 아남산업·모토롤라코리아·세미컨닥터등 미국회사로부터 원자재와 설비를 들여와 가공, 조립만해서 다시미국회사로 납품하는 하청회사제품이고 자체 생산제품을 수출하는 회사는 삼성반도체통신·현대전자·금성사·한국전자등 다섯손가락에도 들지 못하며 이들이 수출하는 물량도 각종 제품을 합쳐2억달러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미국이 이번에 문제삼고있는 메머리제품은 1억달러내외에 불과하다는 업계의 설명이다.
따라서 이정도의 물량을 가지고 미국이 한국에 대해 당장 일본에 대한것과 같은 강경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없다고 볼수있다.
오히려 미국이 일본제품에 1백%의 보복관세를 매길경우 한국제품은 경잭력이 강화되어 어느정도 값을 올리고도 수출을 늘려나갈수 있을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미국정부가 반도체뿐 아니라 다른 가전제품에 보복관세를 매길 경우 당해 국산제품의 수출도 유리해지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단기적인 여건호전을 우리가 기뻐만할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반도체만해도 미국주재정부관계자의 말로는 금년하반기중에 물량제한협상 요청이 제기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정부·업계가 소나기식 수출의 지양등 현명한 대처방안을 마련해야할 시점이다. 국내 각업체도 이같은 분위기 아래 현지 지사와 긴밀히 연락,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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