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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공기청정기 대신 이끼화분…엄마 마음 잡은 ‘플랜테리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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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케미포비아 확산으로 식물을 인테리어에 활용하는 플랜테리어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커다란 화분과 플랜트 박스는 공기정화 효과는 물론 시각적으로 시원한 느낌을 준다. [사진 조문규 기자]

케미포비아 확산으로 식물을 인테리어에 활용하는 플랜테리어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커다란 화분과 플랜트 박스는 공기정화 효과는 물론 시각적으로 시원한 느낌을 준다. [사진 조문규 기자]

가습기 살균제를 시작으로 공기청정기 필터 논란 등 화학제품의 안전성을 둘러싼 불안 탓에 케미포비아(화학제품 공포증)가 우리 사회 전반에 확산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타고 식물을 인테리어 소품 삼아 자연스럽게 건강까지 챙기는 플랜테리어(planterior)가 관심을 모은다. 플랜테리어는 식물을 뜻하는 플랜트(plant)와 실내 장식을 의미하는 인테리어(interior)를 합친 단어다. 특히 올해는 중국발 미세먼지·초미세먼지 농도가 더 짙어진 탓에 공기 정화 효과가 있는 식물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 뒤 관심 확산
세제·방향제 등 화학물질 공포감
공기 정화 식물 판매 크게 늘어

정원 디자이너인 오경아 오가든스 대표는 “중국발 미세먼지 유입이 크게 증가해 창이 큰 가정에서조차 환기하기가 쉽지 않다”며 “밀폐된 실내는 건조해지기 마련이라 가습기나 공기청정기를 사용해 습도를 높이고 공기 질도 관리해야 하지만 관련 제품을 믿을 수 없다 보니 안전한 공기 정화 식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유리 안에 다육 식물을 넣어 만든 소품.

유리 안에 다육 식물을 넣어 만든 소품.

실제로 공기 정화 식물 판매는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 따르면 올 1~10월 공기 정화 식물 판매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 늘었다. 2014년 같은 기간 증가세(29%)에 비해 더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에서도 올 1월부터 지난 14일까지 다육식물·선인장 등이 포함된 공기 정화 식물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69% 증가했다. 반면 공기청정기의 올해 판매 건수 신장률(G마켓 기준, 37%)은 지난해(57%)에 비해 무뎌졌다.

식물을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면서 화기 모양도 다양해지고 있다. 투명한 볼을 이용해 오너먼트처럼 만든 틸란드시아.

식물을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면서 화기 모양도 다양해지고 있다. 투명한 볼을 이용해 오너먼트처럼 만든 틸란드시아.

최지현 11번가 꽃·원예담당 매니저는 “공기청정기 등 화학물질이 들어간 제품에 대한 불안으로 최근 친환경적인 공기 정화 식물 판매가 크게 늘었다”며 “틸란드시아·개운죽·스투키 등 관엽식물은 꾸준히 잘 팔리고 있고, 최근엔 이끼류인 스칸디아모스 판매도 빠르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농촌진흥청이 식물의 공기 정화 효과와 관련한 연구 결과를 발표한 것도 플랜테리어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식물의 초미세먼지 제거 효과를 실험한 결과 산호수와 벵갈고무나무가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연구에 따르면 빈 방에 미세먼지를 투입하고 4시간 뒤 측정한 결과 2.5㎛ 이하 초미세먼지가 44%만 줄었다. 하지만 산호수를 들여놓은 방은 70%, 벵갈고무나무가 있던 방은 67%나 줄었다. 미세먼지가 잎의 왁스층에 달라붙거나 잎 뒷면 기공 속으로 흡수된 덕분이다. 단순히 관상용이 아니라 공기 정화용으로 식물을 키울 땐 잎을 종종 닦아줘야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린월, 외국선 이미 활발

영국을 비롯한 서유럽 국가에선 오래전부터 플랜테리어가 보편화했다. 오 대표는 “정원이 없어서가 아니라 실내에서도 식물 향기 같은 식물만이 줄 수 있는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식물을 뒀다”고 말했다.

공기 정화 효과가 뛰어난 산세베리아.

공기 정화 효과가 뛰어난 산세베리아.

전 세계적으로 실내 식물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진 건 1990년대다. 89년 미 항공우주국(NASA) 빌 월버튼 박사가 “행운목·관음죽·산세베리아 등 15가지 식물이 공기 정화 효과가 있다”고 발표하자마자 실내 식물을 찾는 사람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식물이 본격적인 인테리어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건 수직 정원이 나오면서부터다. 수직 정원은 프랑스 식물학자이자 가든 디자이너인 패트릭 블랑이 94년 세계적인 정원 디자인 쇼인 ‘쇼몽 인터내셔널 가든 페스티벌’에서 처음 선보였다. 식물로 벽면을 채웠다는 의미에서 그린월(Green Wall)이라고도 불린다. 홈인테리어 전문매장 홈데이의 박수현 차장은 “당시 수직 정원은 유럽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며 “단순히 식물을 벽면에 심었기 때문이 아니라 일정한 패턴과 디자인이 가미돼 하나의 예술작품을 보듯 구성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직 정원은 외벽과 내벽, 어디에 설치하느냐에 따라 구성하는 식물은 물론 효과도 다르다. 외벽엔 여름 더위와 겨울 추위를 모두 견딜 수 있도록 주로 온대성 식물을 설치한다. 이때 외벽과 식물 사이엔 식물이 자랄 수 있도록 흙과 수로 등 특수 장치를 설치한다. 결과적으로 직사광선을 막아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하게 온도 변화를 가감하는 효과가 있다. 그런가 하면 내부엔 열대성 식물을 주로 설치한다. 열대성 식물은 뿌리 끝에 수분이 머물러 있기 때문에 습도를 조절하는 데다 유해물질 제거와 공기 정화 효과까지 있어서다.

녹지가 부족한 국내 여건상 수직 정원을 비롯한 식물 인테리어는 야외 녹지의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다. 2012년 10월 문을 연 서울시청 신청사 입구 로비에 있는 지상 7층 규모의 수직 정원이 대표적이다. 이 그린월은 현재 세계 최대 면적의 수직 정원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돼 있다.

◆화기 등 관련 용품도 다양해져

가습 효과를 높이기 위해 생이끼로 감싼 아스파라거스.

가습 효과를 높이기 위해 생이끼로 감싼 아스파라거스.

플랜테리어 인기를 타고 식물·화분 등 플랜테리어를 위한 전용 진열대를 마련하는 인테리어 매장이 늘고 있다. 집 안에 어울리는 식물을 조언해 주는 플랜테리어 컨설팅 전문 업체까지 생겨날 정도다. 플랜테리어 컨설팅 전문 업체 ‘위드플랜츠’를 2년 전 연 권지연 대표는 “식물이 집 안을 예쁘게 꾸며줄 뿐 아니라 공기 정화 효과까지 있어 인테리어 소품으로 훌륭하다고 생각해 사업을 시작했다”며 “자취하는 대학생부터 중년 부부까지 다양한 연령이 찾는다”고 말했다. 그는 “작은 화분 하나 정도로는 부족하고 공기 정화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적어도 전체 면적의 5%를 식물로 채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거실에 아레카야자·해피트리 화분을 들여놓은 주부 이선영(35)씨는 “커다란 화분을 거실에 놓으니 푸른 잎이 공간에 활기를 줘 인테리어 효과가 확실히 있다”며 “공기가 상쾌해지는 기분은 덤”이라고 말했다.

식물을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는 사람이 늘면서 화기 모양이나 소재도 다양해지고 있다. 투명한 용기 안에 식물을 넣어 천장에서 모빌이나 오너먼트처럼 내려오도록 만들거나 벽에 거는 스타일이 인기다. 이끼류는 최근 급부상한 인기 아이템이다. 생이끼로 감싼 이끼볼은 물을 충분히 적셔 그릇 위에 올리거나 매달아 놓으면 공기 정화뿐 아니라 가습 효과도 뛰어나다.

글=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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