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덕에 뛴 금값, 트럼프 탓에 급락

중앙일보

입력 2016.11.25 01:00

업데이트 2016.11.2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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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트럼프 덕에 오르던 금값이 트럼프 탓에 하염없이 떨어지고 있다. 중국과의 무역전쟁, 세계 교역위축 등 도널드 트럼프 공약에 대한 시장의 공포가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뒤 인프라 투자확대 등 경기부양 기대감으로 빠르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오는 12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마저 확실시되자 안전자산인 금 수요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 선물 금값은 전날보다 온스당 1.8% 하락한 1189.3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월 이후 9개월 만에 최저치다. 미국 대선 나흘 전인 11월4일 트럼프 공약에 대한 불안감으로 온스당 1305달러 선을 돌파했던 것에 비하면 보름여 만에 6% 넘게 떨어졌다.

금값이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달러가치의 상승 때문이다. 대선으로 인한 불확실성과 저금리 환경에서 가장 유망한 투자자산으로 주목받던 금의 매력도가 떨어진 것이다. 23일 현재 주요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1선을 넘어 지난 2003년 4월 이후 13년 만에 최고가를 새로 썼다. 달러 강세의 배경은 트럼프 당선인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감세 정책에 따른 기대감이다. 이런 정책으로 미국 경제가 살아나면 미국 내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세지고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실제 미국의 1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달보다 오른 53.9를 기록했다. PMI지수가 50이상이면 제조업 경기가 확장추세라는 의미다. 특히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지난 11월 회의에서 비교적 이른 시기에 금리를 올리자는 데 의견일치를 본 것이 확인돼 달러 강세에 힘을 싣고 있다.

전문가들은 달러 강세와 금 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본다. 다만 내년 2분기 이후엔 이 추세가 완화되거나 변곡점을 맞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미국 시장금리가 계속 오르기 힘들고 유럽 국가들의 선거결과 등 시장의 공포를 부르는 변동성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이 후이 JP모간자산운용 아시아 시장 전략가는 24일 “미국 경제는 기준금리를 (올려) 정상화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경제성장률이 1.5~2%로 그렇게 높지 않아 신중하고 점진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9개월 만에 1200달러 아래로
보름여 만에 6% 넘게 떨어져

트럼프의 경제 공약이 ‘실현 될 지’여부도 관건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기업이익을 깎아먹는 달러 강세를 장기적으로 허용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도 ‘경기 부양 기대감→달러 강세→기업이익 악화→경기 위축→달러 약세 필요’로 이어지는 트럼프 공약을 혼란스러워 한다.

실제 지난해 4분기 미국 기업이익은 달러가치 상승으로 전분기 대비 6.1% 감소했고 제조업 경기침체를 악화시켰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S&P500 기업들의 매출 44%는 해외에서 발생한다. 한국의 경우 가계부채가 1300조원을 넘어서는 등 경제 펀더멘털 부진이 부각되고 미국과 유럽, 국제유가 등 외부 변수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다시 위험회피 심리가 확대될 수 있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당분간 금값은 주로 시장 금리에 영향을 받으며 내년 1분기까지 온스당 1150~1250달러 사이에서 움직일 것”이라며 “다만 트럼프 취임 이후 이어지던 금리 상승세가 진정될 것으로 보여 내년 연말엔 1400달러까지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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