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상시 격려완 감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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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5일밤 청와대만찬을 마치고 당사로 돌아온 민정당간부들은 한결같이 밝은 표정으로 『기대이상의 격려를 받았으며 오늘처럼 유쾌한 모임은 처음이었다』고 이구동성.
이날 회동의 발표를 맡은 이춘구사무총장은 『오늘은 그 어느때보다 화기가 넘쳐 흘렀다』고 운을 뗀뒤 『대통령이 노태우대표에게 정국주도의 재량권을 부여하고 노대표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했으며 참석자들은 일제히 박수를 쳤다』고 분위기를 소개.
이총장은 그러나 『이제 여권의 후계자가 가시화된것이냐』는 질문에는 『불필요하게 확대해석하지 말아달라』고 했으며 참석자들간에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감이 엇갈렸다.
이한동총무 같은 이는『대통령말씀의 요체는 노대표의 책임하에 개헌정국을 이끌어가라는 것이며 긴 안목에서 볼때 후계자 구도가 진일보한것으로 보아야 할것』이라고 해석.
일부 참석자들은 『후계자 가시화와 개헌정국 해결 촉구중 어느쪽에 비중을 두었느냐고 굳이 따진다면 후자쪽』이라고 보면서 노대표에 대한 강력한 뒷받침으로 정국주도를 할수있도록 배려한것은 틀림없는 일이라고 풀이.
특히 참석자중에는 대통령이 이날 모임에서 노대표와의 오랜인간적 정리를 소상히 설명했다는 점에서 평상시의 격려와는 감이 다르더라고 하는 얘기도 나왔다.
민정당은 통상 청와대의 이같은 모임에 대해 기자들에게 보도하지 않는 조건으로 배경설명을 해왔으나 이번에 이총장은 자신의 발표를 기사화해도 좋다고「흔쾌히」말해 주목을 끌었다.
한편 이날 모임은 지난 16일 이총장의 청와대당무보고때 지시를 받고 21일 날짜가 확정됐는데, 이총장은 23일상오 노대표측근에게 25일저녁 일정을 비워두도록 알렸고 이날저녁 극비리에 참석대상자들에게 『25일 하오5시까지 당사로 나오라』고만 통지했다는 것.
한소식통은 국회의장단과 상임의원장 중심으로 이같은 모임이 한번쯤 더 있을지도 모른다고 예상.<사면·복권한다는 것 아니다>
○…25일의 청와대 만찬에서 노태우대표에게 전권을 일임한다는 전두환대통령의 언급부분에 대해정부측의 시각은 개헌정국의 돌파를 위한 실세화쪽에 보다 비중을 두는것 같은 인상.
정부소식통은 26일 대통령의 이언급이 야당의 표류로 인한 개헌정국의 혼미에 대한 우려표명과 함께 민정당이 노대표를 중심으로 단합해서 합의개헌도출에 최선을 다해달라는 당부의 뜻이 담겨진 것이라고 설명하고 따라서 노대표를 대야접촉의 창구로 일원화시킨다는데 보다 의미가 주어진것 같다고 풀이.
이 소식통은 사면·복권과 민주화조치에 대해서도 노대표에게 전적으로 일임했다기 보다 그러한 문제도 대야접촉에서 협상카드로 사용할수 있지 않느냐는 예시로 봐야 할것이라면서 사면·복권을 하겠다는 정부의지가 담긴 것은 아니라고 부연.
다른 소식통은 현정국을 풀기위해서는 민정당의 정치력과 자율성을 제고시겨야 한다는데서 당총재의 「특별배려」가 있었던것 아니냐며 통치는 대통령, 정치는 민정당이 해야한다는 뜻에서 민정당에 대한 사기진작의 의미가 강하다고 분석.<타이틀 너무커 몸둘곳 몰라>
○…민정당의 노태우대표위원은 26일 『엊저녁 청와대회동에 관한 각 신문의 보도를 보니 타이틀이 너무 과대해 몸둘바를 모르겠다』며 조심스럽게 심경을 토로.
또 이춘구사무총장은 『내가 말하지 않은것도 신문에 났더라』며 사면·복권문제가 어떻게 나왔느냐를 알아보고는 『노대표에게 위임한듯한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
심명보대변인은 『사면·복권은 정부쪽에서 당의 의견을 물으면 얘기할수는 있으나 주도적으로 검토할 입장은 아니다』고 부연.
한편 노대표는 이날 기자들의 회견요청을 거절하곤 『27일 광주의 전남지부 청사 이전식에서보자』고 미뤘다.<신민당선 관심속에 관망>
○…민정당의 노태우대표위원에게 정국주도의 전권이 부여됐다는 보도에 신민당측은 비상한 관심을 표시하며 그 의미를 캐느라 술렁.
이민우총재는 『갑자기 나타난 상황이라 아직 의미를 갈 모르겠다』며 『시간을 갖고 좀 지켜봐야하지 않겠느냐』고 관망자세. 김대중씨도 『특별히 할 얘기가 없다. 관망해보겠다』 고만 했고, 김영삼씨 역시 즉각적인 논평을 않는 신중한 반응.
상도동계의 최형우부총재는 『노대표가 실질적으로 권한위임을 받았다면 즉각 실세대화부터 실시해야 할것』이라고만 촉구했고, 동교동계의 이중재부총재는『노대표에게 정국운영의 주도권을 정말 주었는지가 문제』라고 지적.
김태룡대변인은 『개헌정국이 원체 변화무쌍해서 노대표가 실세로 인정받는 상황이 얼마나 유지될지 봐야겠다』고 논평.
일각에서는 성급히 노대표를 포함한 4자회담을 거론하고 노대표·김영삼고문 회담 가능성도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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