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30돌…12개 회원국 거느려|EEC 자유무역 창설이념 퇴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EC (구주공동체) 의 기둥인 EEC (구주공동시장) 가 25일로 창설 30주년을 맞았다.
『유럽을 여러갈래로 갈라놓고 있는 장벽들을 없애고 경제및 사회의 발전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한다』 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57년3월 로마에 모인 6개국(프랑스·서독·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룩셈부르크) 대표가 조약을 체결함으로써 이루어진 EEC참석은 오늘날에 와서 미국을 능가할 만큼 서구경제의 성장을 가져왔고 90년대의 통합유럽을 바라보는 제2의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창설배경=EEC의 창설은 57년3월 ECSC (유럽석탄철강공동체)6개국이 로마조약을 조인함으로써 실현됐다.
그 주된 목표는 공동체 전체의 균형있는 발전과 안정을 꾀하고 회원국의 경제정책을 점진적으로 접근시킴으로써 EEC전체의 경제발전과 생활수준의 향상및 회원국간의 유대를 긴밀히 하자는 것이었다.
58년1월1일 발효된 로마조약은 경제동맹에서 출발하여 최종적으로는 정치동맹까지 지향하는 것으로 되어있으나 회원국의 확장, 각국의 정치상황의 변화등에 따라 경제동맹을 추구하는데서부터 진통을 겪기 시작했다.
EEC가 그 창설초기에 관세동맹을 성공적으로 달성하기는 했으나 그 이상의 경제통합은 사실상 정치적 통합을 밑바탕으로 하지않는 한 아무런 진전도 있을수 없다는 판단이 내려질 만큼 회원국간 심각한 적도 있었다.
EEC의 위기를 몰고왔던 문제는 항상 농산물 문제였다. 농민을 보호하기 위해 각국에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분쟁의 불씨가 되는 것은 EEC 창설 30년이 되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또 EEC본부에서 역내농산물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위한 각국의 분담금로 항상 말썽을 빚어왔다.
이때문에 EEC는 예산의 부족으로 재정난을 심각한 문제로 안고있다.
또 하나의 경제블록으로서 최근 국제적인 무역마찰이 잦아지면서 미·일등에 대해 공동으로 제재조치를 취하는 추세가 늘어가고 있다.
당초의 자유무역을 기초로한 창설이념이 퇴색하고 있는 점도 부인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과정에서도 단결된 EEC의 「막강한 힘」 과 「경제적 이익에 대한 높은 기대」 가 주변국의 가입을 촉진, 73년에는 영국· 에이레· 덴마크가, 81년에는 그리스, 86년에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발을 들여놓았고 경제적으로는 후진성을 면치못하고 있는 터키도 유럽대륙에서의 막강한 군사적 위치를 내세워 가입신청을 준비하는 단계에 있다.
◇현황및 전망=회원국수가12개국으로 늘어난 EEC는 회원국 전체의 세계GNP점유율이 22.4%(80년)로 미국 (21.5%) 만이 필적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
그래서 2차대전후 유럽경제의 부흥에 가장 크게 기여한 미국의 공로를 이제는 보상받아야 한다는 논리도 대두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EC를 주축으로 한 유럽경제가 미국의 한 파트너로서의 단계를 지나 위협적인 경제·정치경쟁상대로 성장한 것이다.
EEC는 30년에 걸친 미국과의 영월시대가 점차 깨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것 같다. EEC가 사상 처음으로 COMECON(공산권상호경제원조회의) 과 공식적인 경제협력관계를 정립하기 위해 최근 제네바에서 대표회담을 갖는 등 일련의 움직임을 보인것은 미국과의 관계가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되고 있다.
EEC는 또 그들이 지향하는 통합유럽 실현을 앞당기기 위해 지난해 초 유럽단일화조약을 체결한바 있다.
이 조약의 골자는 92년부터▲잔존하는 유통장벽을 완전 철폐하고▲EEC명칭의 단일여권을 사용하며▲유럽통화단위 (ECU)를 생활화폐로 대중화하고▲장기적으로는 유럽의회를 통한 단일 대통령을 선출, EEC를 연방국가 형태로 통합한다는 것이다.
30년간의 성장이 보여주듯 EEC가 제2의 도약까지 성공으로 이끌어갈 경우 21세기의 유럽에는 어떠한 강대국의 입김도 받지않는 유럽합중국이 46년 「처칠」경이 예견한 바와 같은 모습으로 형성될 것인지는 두고볼 일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