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빨리」 전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한 소년이 목사에게 하느님의 전화번호를 물어보았다. 목사는 잠시생각끝에 「145-11」 을 가르쳐 주었다. 그 번호가 통화중이면 같은 국번에 12∼13을 걸어보라고 했다.
물론 그것은 농담이다. 그런 전화번호는 없다. 「145의12∼13」은 「하느님의 나라」 에 관한 기록이 있는 구약성경 시편의 장절 표시였다.
그러나 지금처럼 기술문명이 발달하면 언젠가 하느님과 통화할수 있는 날도 올지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선 요즘 「일 빨리」 전화가 개설되었다. 서울에서 국번없이「182」 번을 돌리면 여성의 예쁜 목소리가 들린다.
며칠이 지나도 소식이 없는 사람, 집잃은 아이, 교통사고 사상자, 없어진 자동차등의 행방을 가르쳐준다. 물론 길거리에서 데모를 하다가 어디론지 끌려간 사람의 소재도 이 전화로 확인할 수 있다.
컴퓨터 시대에나 있을법한 일이다.
그러나 정작 반가운 것은 컴퓨터시대가 아니라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진 사람의 소재를 알 수 있는 일이다. 세상천지 밝은 날에 멀쩡한 가족이 하루 아침에 어디에 갔는지, 살았는지, 죽었는지 소식조차 모른다면 그 보다 애통한 일이 또있겠는가.
이미 외국엔 상담전화들이 많이있다. 목적은 다르지만 호주의 「라이프 라인」(생명의 전화), 미국의 「콘택트」 (대화), 영국의 「사마리탄」 (자비의 전화), 일본의 「삶의 전화」, 대만의 「생명선」이 그런 전화들이다.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이 전화 속에서 넋두리와 한풀이를 할 수 있다.
유럽에서 1950년대부터 시작된 이런 전화 운동은 유럽 24개국의 국경을 넘어 1963년 호주로 확산되면서 지금은 세계적인 운동으로 번졌다.
우리나라에도 「생명의 전화」,「여성의 전화」, 「사람의 전화」,「만남의 전화」, 「나눔의 전화」 (가톨릭) , 「자비의 전화」 (불교), 「희망의 전화」, 「가정의 전화」 등이 운영되고 있다.
「생명의 전화」창시자인 호주의「앨런·워커」 목사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고독은 사막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분주한 도시에도 있다』인생상담 전화를 가설한 변도 된다.
우리나라의 「182전화」는 고독보다 더 다급한 사람의 생사와 향방을 알려 주는 전화다. 모처럼 좋은 뜻의 전화가 답답한 사람들에게 속시원한 소식을 들려 주었으면 하는 기대가 그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하면 이런 전화가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 모두의 책무다. 그중에서도 경찰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주는 법의 첨병이다. 「182전화」 가 반갑기에 앞서 「믿음직한 경찰」상이더 기다려지는 마음도 여기에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