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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민, 이복 자녀들 상속 분쟁에 장례 못하고 매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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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김찬경(60·수감 중)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최순실(60·구속)씨 부친 최태민씨의 경기도 용인시의 묘(사진)를 마련해 준 것은 최태민씨 전처 소생 아들과 최씨 자매 사이의 상속 재산 분쟁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김 전 회장의 측근 S씨(법조인)는 “1994년 5월 1일 최태민씨 사망 당시 서울 역삼동 집을 전처 소생의 두 아들이 재산을 요구하며 점거했다. 이 때문에 장례식도 제대로 못 치르고 김 전 회장의 먼 친척 소유인 경기 용인 야산에 서둘러 매장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최순실씨 언니 순득(64)씨 남편 장석칠(63)씨의 친구였고, 채석장 개발 등 자신의 부동산사업에 ‘순득씨 자금’을 빌려 썼다. 그러다 친구의 장인 최태민씨가 숨지자 자식들 간 재산분쟁으로 장례를 치를 형편이 안 되자 장씨에게 자신의 친척 김모(68)씨 소유 임야를 소개해 매장할 수 있도록 했다. 그 뒤 2003년 최태민씨 부인 임선이씨가 숨지자 함께 합장한 후 김 전 회장과 최씨 자매들이 7대 3의 비율로 해당 임야를 매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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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씨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이복 아들들과 최씨 자매 사이의 재산 분쟁에서 중재자 역할도 했다. 최순득·순실·순천 세 자매는 당시 서울 삼성동·신사동·청담동에 빌딩 네댓 채(현 시가 1000억원대)를 갖고 있었다. S씨는 “이복 오빠들이 ‘아버지로부터 받은 재산 중 우리 몫을 달라’는데 순실씨 자매는 ‘부동산에 묶여 돈이 없다’고 맞섰다. 김 전 회장이 건달을 동원해 오빠들을 내보낸 뒤 재산분할 합의서를 작성해 상속 문제를 법률적으로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그는 “순득씨 돈을 빌려 쓰던 김 전 회장이 2000년대 말 금융계 거물로 성장해 큰소리치고 다니면서 장씨와 관계가 소원해졌다. 2012년 저축은행 비리로 김 전 회장이 징역 8년형을 선고받아 수감된 후 연락도 끊긴 상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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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경기도 용인시는 이날 최태민씨 가족 묘지가 불법 조성된 사실을 확인하고 묘 이전 및 원상복구 명령을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씨 가족묘가 ‘개인묘(또는 가족묘)를 인가 밀집지역에서 300m 이상 떨어진 곳에 설치해야 하며, 면적은 30㎡ 이상, 봉분 높이는 1m를 넘지 못한다’는 장사(葬事)법을 위반했다는 게 이유다. 용인시의 현장 확인 결과 최씨 가족묘는 산 아래 주택가에서 불과 100여m 떨어져 있고, 봉분 높이도 1.5m를 넘었다. 면적은 최태민씨 부부 및 부친 최윤성씨의 묘까지 2기를 합쳐 720㎡로 장사법 기준의 12배에 달했다. 묘를 조성할 당시 산지 전용허가를 받지 않고 산림을 불법 훼손한 사실(산지관리법 위반)도 확인했다.

순득씨 돈 빌려 썼던 김찬경 전 회장
친척 땅에 최태민 묘 급하게 마련
부인 합장한 2003년에야 땅 매입

정효식 기자, 용인=임명수·김민욱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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