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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 사육장 옆에 내포신도시…주민들 “악취 심해 못살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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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21일 충남도청 신도시(내포신도시)가 들어선 홍성군 홍북면 신경리. 오후 들어 바람이 강해지자 주변 축사에서부터 퍼져오는 축산 분뇨 냄새가 코를 찔렀다.

신도시 인구 늘며 지역 골칫거리로
주민들 “축사 이전·폐업하라” 민원
농가 보상비만 400억~500억 예상
홍성군 “농가 관리 통해 대책마련”

바람 방향에 따라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참지 못할 정도의 악취로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내포 롯데캐슬아파트의 한 입주민은 “장마철과 무더위가 심해지면 창문도 열어놓지 못한다”며 손사래를 쳤다.

내포신도시에 입주한 공공기관 직원과 아파트 주민들이 악취로 고통을 겪고 있다. 2013년 1월 도청 신청사 입주를 시작으로 내포신도시가 조성된 지 4년이 지났지만 악취로 인한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충남도와 홍성군이 악취 감소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일부 주민은 “예전에 살던 대전이나 천안, 홍성읍내로 돌아가고 싶다”고 한다.

악취의 주요 원인은 신도시 주변에 밀집한 축사 때문이다. 신도시 주변 5㎞ 내에는 448곳의 농가에서 소·돼지·닭 25만1000여 마리를 사육 중이다. 2㎞로 좁혀도 25개 농가에서 12만4000여 마리를 키우고 있다. 축사가 인접해 있다 보니 가축 분뇨 등에서 발생한 악취가 바람을 타고 신도시로 몰려온다. 여름철이면 더 심하다. 축산농가들이 축사 내부온도를 낮추기 위해 환풍기를 평소보다 많이 가동하기 때문이다.

악취는 신도시 조성 이전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사이 인구가 늘면서 지역의 최대 현안으로 부상했다. 내포신도시 인구는 9월 말 기준 1만 8643명이다. 지난해 충남도에 접수된 악취 민원 181건 중 112건이 축산 악취관련 내용이었다. 주민들은 근본적인 대책으로 축사 이전과 폐업을 요구하고 있다.

자치단체는 난색이다.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전과 폐업을 추진하는 데 보상비로만 400억~5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충남도와 홍성군은 전망했다.

홍성군 김종래 친환경축산팀장은 “군 차원에서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악취 줄이기에 나섰다”며 “축산악취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전·폐업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홍성군은 악취를 줄이기 위해 분뇨 배출시설을 수시로 점검하고 미생물 환경개선제를 보급하기로 했다. 또 냄새 확산을 막아보기 위해 축산농가 주변에 나무를 심기로 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축사 청소와 분뇨수거도 수시로 진행할 방침이다.

악취를 수시로 측정해 기준을 초과하면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퇴비를 쓰는 농가의 악취관리도 강화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충남도와 홍성군은 내년 예산으로 각각 10억4000만원씩, 20억8000만원을 배정했다. 충남도 이병호 유역관리팀장은 “내포신도시에 공공기관과 아파트 입주가 늘어나면서 악취문제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며 “이전·폐업을 위한 재원마련과 축산농가 협의 등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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