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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선미의 취향저격 상하이] <17> 늦가을엔 미술관 산책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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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를 대표하는 현대 미술관 중화예술궁. 왕관처럼 보여 `동방의 관`이라는 별칭이 있다.

상하이를 대표하는 현대 미술관 중화예술궁. 왕관처럼 보여 `동방의 관`이라는 별칭이 있다.

소설가 알랭 드 보통은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에서 미술관을 성당에 비유한다. 건축물로서 미술관이 지닌 아름다움과 넓고 조용한 분위기, 예술 작품의 아우라가 성당의 성스러움과 닮았다는 것이다. 무신론자에게도 종교적인 시간이 필요하며, 미술관은 그런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장소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꽤나 설득력이 있다.

실제로 무신론자인 내 경우, 답답할 때 미술관에 다녀오면 기분이 나아지곤 한다. 기도 후의 후련함과 비슷한 기분이 아닐까. 특히 여행을 하면서 타국의 미술관에 다녀오고 나면 훨씬 큰 정서의 환기를 경험하게 된다. 상하이에서도 미술관을 자주 찾았는데, 그 가운데 특별한 아우라를 지닌 세 곳을 소개한다.

중화예술궁.

중화예술궁.

상하이를 대표하는 미술관으로 중화예술궁(中華藝術宮)을 꼽는 데는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중화예술궁은 2010년 상하이 엑스포 당시 중국 국가관을 개조해 지은 현대 미술관이다. 7만㎡의 규모에 모두 35개의 전시관을 갖추고 있다. 외관 자체도 거대한 건축 예술 작품이다. ‘동방의 관’이라는 별칭처럼 멀리서 보면 진시황이 썼을 법한 왕관처럼 보인다. 이 건축물은 중국의 원로 건축가인 허징탕이 디자인한 것으로, 중국의 전통 목조 건축 양식인 두공(枓拱)에서 착안했다. 두공은 못을 사용하지 않고 방형의 두(斗)와 수평의 공(拱)을 교차로 짜서 처마를 높이는 건축 방법이다. 중화예술궁은 모두 여섯 단으로 두공을 쌓았으며, 붉은 색으로 칠했다. 규모가 가로 140m, 높이 69m에 달해 제대로 사진에 담으려면 길 건너 쇼핑몰 옥상까지 올라가야 한다.

모두 35개의 전시실을 갖춘 중화예술궁.

모두 35개의 전시실을 갖춘 중화예술궁.

중화예술궁에서 가장 볼만한 전시관은 49-M층이다. 상하이 현대 미술에 대한 이해를 돕는 상설 전시관으로, 1850년대 개항 이후 상하이 미술의 발전 과정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중국 산수화에 서양 유화의 기법이 도입되는 과정, 상하이의 첫 근대 화가들이 프랑스 조계지의 고아들이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로비에는 상하이 출신의 소설가 바진(巴金)의 거대한 얼굴 조각도 걸려있다. 20위안의 표를 구매해야 관람할 수 있는 청명상하도는 상하이 엑스포 당시 전시 작품이다. 송나라 때의 풍속화를 초대형 애니메이션으로 재현한 것이다. 그림 속 인물이 생생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놀랍다.

중화예술궁에서 무료로 열린 ‘페르난도 보테로’ 특별전.

중화예술궁에서 무료로 열린 ‘페르난도 보테로’ 특별전.

0-M층에서는 해외 유명 작가들의 전시가 자주 열린다. 올해 초에는 콜롬비아의 화가 페르난도 보테로(Fernando Botero Angulo) 초대전이 열렸다. 미술관 앞 광장에 그의 조각 작품이 설치돼 진풍경을 연출했고, 100점이 넘는 그림이 전시됐다. 중화예술궁은 중국 정부에서 운영하는 공공 미술관이라 입장료도 무료다. 지난해 우리나라 예술의 전당에서 1만3000원에 볼 수 있던 보테로 전시를 중화예술궁에서는 무료로 볼 수 있었다.

대형 설치 작품이 공장이었던 미술관과 어울린다.

상하이 미술의 발전사를 볼 수 있는 전시관.
PSA 안의 대형 설치 전시 작품.
PSA에서 볼 수 있는 몽타주 기법의 전시 작품.

PSA 역시 중화예술궁과 함께 손꼽히는 상하이의 현대 미술관이다. PSA는 ‘Power Station of Art’의 약자인데, 과거 전기 발전소(Power Plant)였다가 미술관으로 거듭나며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165m의 공장 굴뚝이 바로 PSA의 상징이다. 굴뚝을 비롯해 공장 건물은 1985년 건립됐다. 2010년 상하이 엑스포 때 개조해 미래관으로 사용됐고, 그 계기로 2012년 미술관으로 전면 재개장했다. 공장 건물이었던 만큼 공간이 넓어서 대규모의 설치 전시가 자주 열린다. 

상하이 비엔날레 개최지인 PSA 미술관.

상하이 비엔날레는 내년 3월12일까지 열린다.

PSA에서는 지금 상하이 비엔날레(Shanghai Biennale)가 한창이다. 아시아 최대의 미술 축제 중 하나인 상하이 비엔날레는 매 짝수년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개최된다. 11회째를 맞은 올해 비엔날레는 내년 3월 12일까지 이어진다. 5개 층에 중국 · 인도 · 미국 · 아르헨티나 · 덴마크 · 스위스 등 다양한 나라의 작품이 빼곡히 채워져 있다. 미디어를 활용한 참여형 작품이 많아 부담 없이 즐기기 좋다. 중화예술궁에서 PSA까지는 지하철로 한 정거장 거리다.

와이탄 중심에 위치한 `SGA`.

SGA의 중정. 천장이 유리로 돼 있어 자연광이 예술작품을 비춘다.

마지막으로 추천하고 싶은 예술관은 와이탄 3호(Three on the Bund) 3층에 자리한 ‘상하이 갤러리 오브 아트(SGA)’다.  주로 아시아와 중국 현대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데, 회화 · 설치 · 사진까지 장르에 벽이 없어 다채롭다. SGA의 압권은 중정(中庭) 역할을 하는 중앙 전시실이다. 원뿔 모양의 지붕이 인상적인데, 천장이 유리로 돼 있어 자연광이 스포트라이트처럼 작품을 밝힌다. SGA는 크고 작은 상하이 갤러리들의 허브이기도 하다. 입구에서 상하이 갤러리 지도와 다른 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전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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