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괴테」의 작품중에 『빌헬름 마이스터』라는 소설이 있다.
주인공「빌헬름」이 스스로 어떤 목적도 없이 충동적으로 방랑을 거듭하는 가운데 인간수업을 쌓는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괴테」의 자전이라고도 하는 이 작품의 주제는 장인정신이다. 인간은 세 단계를 차례로 거치지 않으면 참다운 인간이 될 수 없다. 첫 단계인 수업시대를 훌륭하게 마치고 인생을 널리 편력하여 세상을 보아야만 진정한 마이스터(거장)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독일사람들에게는 마이스터가 되는게 큰 소망이었다. 이 마이스터를 길러내는 것이 도제제도다.
유럽에서는 일찍부터 이 도제제도가 발달되어 수공업 기술자들을 많이 양성해 왔다.
그것은 길드라는 동직조합의 조직속에 도장인·장인·도제의 세 계층으로 나누어져 발전해왔다. 그러나 이것이 일정한 연한의 도제수업으로 제도화한 것은 14세기 후반부터다.
수업기간은 대륙에서는 2∼8년, 영국에서는 약 7년이었다. 이 기간은 도장인집에서 침식을 함께 하면서 기술을 배웠다.
도제가 되는 연령은 10∼16세, 도제기간을 마치면 다시 3년 정도의 장인과정을 거쳐야 한다. 장인기간을 마치면 시작품을 만들어 조합에 제출, 기능심사에 합격해야만 비로소 한 사람의 마이스터로 독립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예부터 장인들은 많았다. 그러나 대부분 자신의 기능과 재주를 후대에 잘 전하지 못했다. 자신만의 비법을 남에게 전수하는 것을 꺼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훌륭한 기능을 보유하면 「인간문화재」라는 칭호를 받는다. 국가에서 생계비도 보조하고 국민들의 존경도 받는다.
또 많은 제자들을 길러 내기도한다.
인간문화재 유근형옹이 처음 도자기 일을 한 것은 18세때였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는 고려청자가 무엇인가를 아는 사람이 극히 드물었다. 우리나라에 와있는 일인들이 동양미의 극치라하여 소중히 여기고 비싼 값으로 매매하고 있었다.
유옹은 낮에는 일인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집에서 혼자 청자의 비색을 연구하고 실험했다. 가마에 불을 땔 때는 목욕재계까지 했다.
그렇게 해서 고려청자의 비법을 오늘에 되살려 놓았다. 이것이 바로 장인정신이다. 정부는 최근 기능장려법을 제정, 기능인에게도 연금을 주는 한편 현재 정밀기계가공과 용접부문에만 있는 명장제도를 다른 분야에까지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기능인을 우대하는 것은 잘하는 일이다. 그러나 앞으로 부닥칠 로보트시대에 기능인이 살아남는 길은 장인정신을 살려 더욱 고급한 기술을 개발하고 익혀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