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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아니라 후지산 줄기냐” 비아냥에…김정은의 생모 고용희 우상화 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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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북한 기록영화에 등장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생모인 고용희와 어린 김정은의 모습. [중앙포토]

북한 기록영화에 등장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생모인 고용희와 어린 김정은의 모습. [중앙포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생모 고용희를 우상화하려는 북한 당국의 시도가 벽에 부닥쳤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21일 “이달 평양에서 잇달아 열린 여성의 날(16일) 행사와 사회주의여성동맹 6차 대회(17~18일) 동향을 살펴봤지만 고용희(한때 고영희로 알려짐)에 대한 찬양·숭배 등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집권 5년 차를 맞은 김정은이 우상화에 나설 가능성을 주시했지만 특이동향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일본 북송교포 출신 아킬레스건
여성의날·여맹대회 때 언급 없어

북한에서 ‘여성의 날’이 제정된 건 지난 2012년이다. 그해 초 집권한 김정은 위원장은 어머니에게 꽃도 드리고 선물도 하라며 공휴일로 정했다. 이를 두고 지난 2004년 유선암으로 생모를 잃은 김정은의 어머니에 대한 각별한 그리움이 반영된 조치란 해석이 나왔다. 올해의 경우 노동신문 등 관영매체는 김일성의 부인 김정숙 등을 ‘조선의 어머니’로 찬양하는 보도를 내보냈지만 고용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33년 만에 개최된 여맹대회도 관심을 모았다. 30세 이상 북한 전업주부들의 조직체인 여맹은 김일성의 후처인 김성애가 27년간 위원장을 맡는 등 상징적 조직이다. 하지만 이틀 간의 행사에서는 고용희를 암시하는 표현조차 거론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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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은 2012년 1월 어릴 적 어머니로부터 독서지도를 받는 기록영상을 관영TV로 공개했다. 고위 간부들에게는 고용희의 육성과 영상이 담긴 영화 ‘위대한 선군조선의 어머님’을 비공개리에 관람토록했다.

이후 고용희와 관련한 언급이나 자료공개는 중단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고용희가 일본 오사카 출신의 북송교포란 점이 가계 우상화의 아킬레스건”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백두혈통’으로 선전되는 김정은의 생모가 북송교포 출신이란 점을 두고 주민들 사이에 “원수님(김정은을 지칭)은 후지산 줄기”란 비아냥도 나온다는 것이다.

이영종 기자 yj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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