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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자비의 희년' 폐막…"화해·용서의 문 닫지 말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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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의 희년' 기념 바자회가 개최된 wlsks 4월 3일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서 시민들이 성당 입구에 전시된 프란치스코 교황 밀랍인형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올해 가톨릭의 최대 행사였던 '자비의 특별희년'이 마무리됐다.

자비의 희년은 신자들이 용서의 의미를 되새기고 소외된 자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도록 25년마다 열린다.

유대인들이 주기적으로 노예를 해방하거나 빚을 탕감했던 것에서 비롯됐는데, 가톨릭의 정기 희년은 1300년에 처음 시작됐다.

지난 해 12월 8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포로 특별 희년이 약 1년 간 진행됐다. 특별희년을 선포한 것은 역대 세 번째다.

자비의 희년은 교황이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의 제일 오른쪽 문인 성문(聖門·Holy Door)을 여는 것으로 시작됐다.

세계 가톨릭 신자들이 로마를 방문하지 않고도 희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세계 각지 성당에 설치된 성문 1만 개도 1년 동안 문을 개방했다.

교황은 지난 11월 20일(현지 시간) 성 베드로 대성당의 성문을 닫음으로써 자비의 특별희년 폐막을 알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폐막 미사에서 "성문은 닫혔지만 화해와 용서의 문은 결코 닫아서는 안된다"며 "신이 우리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듯, 우리도 차이와 악을 뛰어넘어 타인에게 희망과 기회를 줄 수 있도록 하자"고 강론했다.

이날 미사가 끝난 뒤 교황은 세계 모든 교회에 보내는 편지에 서명했다. 편지에는 자비의 희년 동안 느꼈던 자비가 계속되길 바라는 교황의 뜻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편지는 각국에서 온 가톨릭계 대표들을 통해 전파됐다.

희년 기간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리스 레스보스 섬을 방문해 난민 가족을 바티칸으로 데려오고(4월), '빈자의 성녀'로 불리는 테레사 수녀의 시성식을 거행(9월)하는 등 소외된 이웃들을 각별히 챙겼다.

지난 5월에는 이슬람 수니파 이맘(최고 지도자) 셰이크 아흐메드 알타예브와 바티칸에서 만나 종교간 화해 노력을 기울였다.

또 7월에는 폴란드 아우슈비츠를 방문해 나치의 만행에 대한 용서를 구하고, 10월에는 루터교의 중심지 중 하나인 스웨덴에서 종교개혁 500주년 행사를 공동 진행하기도 했다.

한편 자비의 희년 기간에 바티칸과 로마를 찾은 순례객이 21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2000년 정기 희년에 로마를 찾은 공식 인원(2500만명)에 조금 못미친다.

다음 정기 희년은 2025년에 돌아온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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