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 올 4월까지 문서 받았다” “두려움 느껴 의무 없는 일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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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0일 검찰의 ‘최순실 게이트’ 중간수사 발표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담화문 중 일부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 사과문과 배치되는 공소장

검찰은 이날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범죄 혐의와 관련해 “피고인은 2013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정부·공공기관 고위직 인사안, 국무회의·수석비서관회의 대통령 말씀 자료, 부처와 대통령 비서실 보고 문건, 외교 자료와 대통령 해외 순방 관련 자료 등 180건의 문건을 e메일·인편·팩스 등으로 최순실에게 유출했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이 중 사전에 일반에게 공개돼선 안 되는 장차관급 인선 관련 검토 자료 등 47건의 공무상 비밀이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달 25일 1차 대국민사과 당시 박 대통령은 “최순실씨는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이나 홍보 등의 분야에서 개인적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 주는 역할을 했다”며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은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도 있으나 청와대의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말했다. 당시 JTBC가 보도한 최씨의 태블릿PC에서 나온 청와대 문서들의 작성 시점은 가장 최근이 2014년이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이 “청와대 보좌 체계 완비”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문서 유출을 정부 초반까지로 한정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검찰은 이날 공소장에 올해 4월까지 최씨가 청와대 문서를 열람했을 뿐 아니라, 정호성 전 비서관이 최씨에게 문서를 전달한 것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적시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올해까지 정 전 비서관에게 직접 문서 전달을 지시해 놓고도 1차 대국민사과 때 거짓 해명을 한 셈이다.

이와 관련, 지난달 27일 김재원 전 정무수석은 국회 예결위에서 “대통령 사과 성명문은 대통령이 홍보수석에게 구술하고 홍보수석이 문안을 다듬어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정치권에선 1차 사과문 작성을 사실상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주도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진실을 털어놓지 않았는지, 참모들이 은폐를 주장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당시 박 대통령이 사안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던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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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대국민사과 담화(2차) 당시 박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과 관련해 기업인들이 ‘선의의 도움’을 줬다고 표현한 대목도 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검찰 중간수사 발표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대기업 회장을 직접 면담해 모금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고, 검찰은 그 결과 ‘두려움을 느낀’ 기업 관계자들이 ‘의무 없는 일’을 했다고 판단했다.

김정하 기자 wormh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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