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원조 미르' 있었다…40년 전 시작된 '박근혜 게이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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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JTBC 캡처]

[사진 JTBC 캡처]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이하 ‘스포트라이트’)가 박근혜 대통령과 최씨 일가가 40년 전부터 기업을 상대로 자금 출연을 강요했던 정황을 공개했다.

‘스포트라이트’의 20일 방송분인 ‘최순실 게이트 4탄’에서는 2016년 드러난 ‘최순실 게이트’와 유사한 일명 ‘원조 최순실 게이트’가 1970년대에도 있었다는 내용이 전파를 탔다.

‘스포트라이트’ 제작진은 70년대 청와대 주최 행사 모습이 담긴 영상과 사진을 단독 입수했다.

당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던 박근혜 큰 영애는 행사에 기업 총수들을 초대해 새마음봉사단 명예 위촉장을 수여했다.

박근혜 큰 영애가 총재를 맡은 새마음봉사단은 1975년 고 최태민씨가 설립한 대한구국선교단이 이름을 바꾼 것이었다.

위촉장을 받은 대기업 총수에는 당시 현대건설 사장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 이건희 삼성 회장,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김석원 쌍용 회장 등 재계 주요 인물들이 있었다.

‘스포트라이트’는 "중앙정보부 최태민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새마음봉사단이 운영비 명목으로 60여명의 재벌 기업인들에게 1인당 2000만~5000만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당시 소형 아파트 집값은 500~600만원 선이었다.

40년 뒤 최순실씨는 미르ㆍK스포츠재단을 통해 53개 대기업에서 774억 원을 받았다. 새마음봉사단은 ‘최순실 게이트’와 동일한 방식으로 기업 상대 모금을 한 ‘원조 미르재단’이었던 셈이다.

‘스포트라이트’는 고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이 생전 사용했던 폴더폰 2대의 기록과 서재에서 발견한 문건도 공개했다.

세월호 참사 두 달 후 취임한 김 전 수석은 ‘정윤회 문건 파동’ 관련으로 2015년 1월 사임한 뒤 1년 6개월 만에 병사했다.

김 전 수석의 폴더폰에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세월호 청문회 관련 면담을 요청한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사망 직전인 2016년 7~8월 통화 내역에는 사정당국 고위직들과 수차례 통화했던 기록이 남아 있다.

서재에서는 국정원이 작성한 세월호 보고 문건이 발견됐다. 이 문건에는 세월호 참사를 ‘여객선 사고’로 규정하고 여론을 조작해 대통령 지지율을 끌어올리려 한 정황이 담겨 있다.

김 전 수석의 모친은 ‘스포트라이트’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아들이) 급하게 술을 마셔 급성 간암이 왔다. 내 아들을 이렇게 만든 건 김기춘, 우병우다. 대통령도 거기 있다“고 말해 민정수석 재직 당시 김기춘, 우병우와 갈등이 있었다고 밝혔다.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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