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최순실 논란'에 엮인 박태환, 亞 4관왕으로 부활

중앙일보

입력

'마린보이' 박태환(27)이 아시아 수영을 제패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날렸다.

박태환은 20일 일본 도쿄 다쓰미 국제수영장에서 열린 제10회 아시아수영선수권대회 마지막 날 남자 자유형 50m 결승에서 5위(22초57)를 기록, 4관왕(자유형 100·200·400·1500m)으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박태환이 국제대회 4관왕에 오른 것은 2012년 6월 미국 산타클라라 국제그랑프리(자유형 100·200·400·800m 금) 이후 처음이다.

자유형 100m(48초57), 200m(1분45초16)에선 이 대회 신기록을 세웠다. 특히 200m 기록은 지난 8월 열린 리우 올림픽 남자 자유형 200m 채드 르 클로스(남아프리카공화국·1분45초20)보다 앞선다. 리우 올림픽 이 종목 금메달리스트 쑨양(중국)이 세운 1분44초63에 이어 올해 세계 2위 기록이기도 하다. 쑨양은 이번 대회에 나오지 않았다.

박태환의 주종목인 자유형 400m에선 3분44초68로 우승했다. 이 종목에서는 2014년 8월 23일 호주 팬퍼시픽선수권대회(3분43초15) 이후 818일 만의 우승이다. 자유형 1500m에도 출전한 박태환은 15분7초86으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다.

이번 대회에서 박태환은 최고의 장점으로 꼽히는 '막판 스퍼트'가 살아났다. 자유형 100m 결승에선 앞서 역영하던 나카무라 가쓰미(48초77)를 0.20초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박태환은 리우 올림픽에선 적은 훈련량으로 특유의 뒷심을 살리지 못했다. 그는 2014년 인천 아시안 게임 당시 금지약물인 테스토스테론이 검출되면서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8개월 선수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지난 3월 FINA 징계는 끝났지만 대한체육회가 만들어 놓은 이중징계 논란으로 속앓이를 했다. 이 과정에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박태환의 리우올림픽 출전을 두고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김 전 차관이 지난 5월25일 박태환을 만나 뜻을 굽히지 않고 올림픽 출전을 강행할 경우 각종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고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 전 차관은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자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훈련이 부족했던 박태환은 리우 올림픽에서 전 종목에서 예선 탈락을 했다. 이후 2020년 도쿄 올림픽 도전을 시사하며 훈련에 매진했다. 박태환은 이번 대회 기간에 가진 중국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올림픽 이후 은퇴도 생각했다. 그런데 자존심을 찾고 싶었다"며 "이번 대회는 갑작스러운 참가였지만 좋은 결과를 얻었다. 계속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대회를 마무리한 박태환은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다시 호주로 가서 훈련한다. 그리고 다음달 6~11일 캐나다 윈저에서 열리는 쇼트코스(25m)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할 예정이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