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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순실전’ 쓴 중3 학생 “검찰에 품었던 동경이 무너져 참담했다”

T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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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시사 순수예술상 장원 당선자 인터뷰

2주차 TONG 시사 순수예술상 장원 수상작 '순실전'은 허생전을 패러디한 9000자 분량의 대작이다. 보기 드물게 두 사람이 협력해 작업한 결과물이다. 장원을 수상한 서정환·김현재(고양 지도중 3) 군을 인터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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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희는 둘 다 고양시에 있는 한 중학교에 다니는 중학교 3학년, 예비 고 1이라고 불러도 좋은 나이의 학생입니다. 저희는 정말 특별할 게 없는 중학생입니다. 공부를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까지 잘 하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운동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친구가 많다거나 특별히 웃기는 것도 아니거든요. 다만 뉴스와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편인데, 그 증거로 이 장원한 글을 들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어떻게 순수 예술상을 알고 응모하게 되었나요?
"페이스북에서 처음 접하게 된 거죠. 이 글에 응모한 사람(서정환)이 원래 그렇게 SNS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이번 사건이 벌어진 이후로는 뉴스에 집중을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중학교 3학년이면 고등학생 만큼은 아니더라도 바쁜 학생은 꽤 바쁠 때고, 중요하다면 상당히 중요한 때잖습니까. 9시 뉴스, 몇 시 뉴스, 꼬박꼬박 챙겨볼 시간은 없더라고요. 그래서 페이스북 뉴스 페이지를 잔뜩 구독했는데, 그러다가 TONG과 이 순수예술상을 접하게 된 겁니다."

마당놀이

마당놀이 '허생전'의 한 장면이다. [사진=중앙포토]

◆장원 수상작 '순실전' 전문 보기:http://tong.joins.com/archives/36480

'순실전'이라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올리게 되었는지.
"사실 '허생전'을 패러디한 작품은 굉장히 많고, 고전체로 현대의 상황을 패러디하는 것도 전혀 새로울 게 없는 방식 아닙니까. 당장 순수예술상 작품 예시를 보면 뉴스에 나올 정도로 유명해진 공주전의 링크가 있는데, 보아하니 허생전을 잘만 패러디하면 이 상황과 상당히 어울리는 작품을 뽑아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거지요. 사실 시작할 때는 걱정도 되었습니다. 누군가 우리보다 먼저 이런 걸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당장 저는 그런 걸 못 찾았고, 있어도 우리 거랑 똑같진 않을 테니 재미삼아서라도 해보자 하고 이 친구(김현재)에게 제가 먼저 조금 쓴 내용을 보여주고 같이 써보자고 한 거지요."

창작 과정에서 힘든 점이 있었다면?
(서정환) "사실 원작의 문장 자체가 맛깔나고 해서, 그렇게까지 특별히 어렵진 않았습니다. 애초에 패러디하기 좋은 글이니까 그렇게 패러디가 많고, 넘쳐나는 걸 테니까요. 다만 대사가 길어지면 난감했지요. 사실 그런 부분은 상당수를 동업자에게 넘기기도 했고요. 지금 생각하니 조금 미안해지네요. 또 힘든 점이라면 인물을 매치시키는 일이지요. 기본적으로 원작의 허생을 순실에, 변씨를 그네에 매치시키긴 했지만, 그걸 칼같이 지키려면 작품이 상당히 기형적으로 변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수석이니, 기자니 하는 캐릭터를 끼워 넣어서 뭔가 원작하고는 상당히 다른 형태로 변하기도 했고... 그래도 훼손이라 할 만큼 변화시키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김현재) "고전소설도 마찬가지로 그 당시 사회를 풍자하는 내용으로 많이 쓰였으나 현대소설은 반대로 직설적인 표현 보다는 은유적인 표현을 쓰는 것인데 둘 중에 어느 표현에 좀 더 치중을 해야 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습니다. 또한 우리 학생들이 이런 풍자를 하고 저희들이 이런 일에 손을 대게 된 자체가 좀 충격적이었습니다. 학생들에게도 영향이 가기 때문에 하루 빨리 이 시국이 끝났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썼는데, 정보를 조사해야 할 만큼 계속해서 나오는 비리에 점점 실망하게 되었습니다."

두 분이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나 대목이 있다면?
(서정환) "저는 순실이 감옥 안에 있는 장면, 수석이 대충 수사를 받는 장면, 그리고 마지막에 검사가 나약한 모습을 보이는 장면을 중요하게 보았습니다. 사태가 일어났다는 그 자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 사태를 꽉 쥘 수 있는 힘이 없다는 사실 아닌가 합니다. 한때 검찰과 공권력에 품었던 동경이 조금씩 무너져가는 것을 느끼며 참담함과, 그래도 정의롭다고 믿었던 사회에 대한 의문이 들었는데요. 이를 해결하거나 대안을 제시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제 마음을 표현하고자 수사기관의 무력함을 부각한 측면이 있습니다."

(김현재) "제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하는 건 두 기자가 대화를 나누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거의 모든 방송사는 국가에 의해 통제당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바르고 정직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방송사들이 이를 속이고 왜곡된 사실을 국민들에게 유포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저는 특정 방송사의 기자를 표현하여 이 일이 벌어지게 된 계기를 써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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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실전'을 읽는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서정환) "저는 ‘순실전’ 그 자체에 깊은 메시지가 담겼다고 생각하는 않습니다. 사실 저희의 실력이 아주 뛰어난 건 아니다 보니, 사건의 순서도 뒤죽박죽에, 너무 다양한 일을 짧게 압축한 느낌이 적잖이 드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지금 상황에서 저희 같은 중학생마저도 어떤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것, 또한 그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네요. 학생은 어리고, 비판적 사고 능력을 함양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솔직히 단편적인 정보만 접하기 쉬운 학생 때가 정치적 견해를 확립하고, 그것을 표현하는데 적당한 시기라고 생각하지도 않지요. 하지만 적어도 중학생은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는 있는 나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학생들은 어떤 노인들보다는 나은 판단력을 보여주고 있고, 그것은 우리가 지금 이런 순간만큼은 움직여도 좋고, 움직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음을 말하고 싶습니다."

(김현재) "아무래도 시국이 혼란한 만큼 이 글을 읽고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국회의원의 일부가 ‘시위대 중 선동자가 있다, 빨갱이다’ 등 다양한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는 걸 보며 이 사태에 대해 바른 정보를 알고 정직한 태도로 참여해 주셨으면 하는 바입니다."

현재 시국에 바라는 바가 있다면?
(서정환) "정치적 견해에 옳고 그름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건 견해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건 도덕성의 문제고, 위법의 문제입니다. 모든 것이 명백합니다. 그들은 죄를 지었고, 죄에는 처벌이 따른다. 초등학교 도덕 교과서부터 가장 복잡한 철학책까지 이 원칙에는 토를 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불필요한 명분과 입장 발표는 거두절미하고, 이 근본적인 원칙이 최우선적으로 지켜지길 바랄 뿐입니다."

(김현재) "국가의 혼란한 상태가 지속된다고 해서 좋을 것은 없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이 사태를 끝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민주주의 공화국이라는 명예를 더럽힐 뻔한 일인 만큼 국민의 참여가 필요하고 이에 국회의원들께서도 국회의원이기 전에 국민이라는 사실에 유념해 협력하여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대통령께서는 직접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은요.
(서정환) "저도 기자를 지망하는 학생입니다. 짧게는 고입부터 길게는 직업까지 생각해야 할 것이 많네요. 특목고를 가고 싶기는 한데 어려움이 많고…. 직업으로의 기자 또한 준비할 것이 많으리란 생각이 드네요. 글 솜씨도 더 연마해야 할 것 같고. 더 짧게 보면 당장 이번 시험부터 잘 보고, 그 때도 상황이 지속되고 있으면 그 동안 모종의 이유로 참석하지 못했던 집회에 참석하고 싶습니다."

(김현재) "저는 특목고 입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치열한 고등학교 경쟁이 시작되면 이런 활동은 계속하더라도 횟수가 줄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도 언젠가 이런 사태가 다시 벌어진다면 다시 한 번 이 자리에 참가 할 계획입니다."

글=김재영 프리랜서 기자 t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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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시사 순수 예술상] 중3 학생이 쓴 '순실전' 장원 "그네문학 장르의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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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시사 순수 예술상] 장원 수상작 '순실전'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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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시사 순수예술상] 응모 안내

응모 주제 : ‘대통령은 넘버 쓰리’ ‘순실의 시대’ ‘나에게도 SIRI가 있었으면 좋겠다’ ‘대동단결’ ‘악마는 프라다를 벗는다’ 등 최근의 시사 이슈와 관련된 모든 주제.

응모 분야 : 직접 작성한 연설문, 시, 소설, 가사, 체조 안무 구성, 시나리오, 대본, 그림, 짤방, 뉴스 패러디, 자소서, 대자보 등으로 장르·분량·형식 제한 없음.

지원 자격 : 제한 없음.

응모 방법 : TONG 페이스북(https://www.fb.com/teenongeneration) ‘TONG 시사 순수예술상’ 이벤트 댓글이나 방문자 게시글, 혹은 e-메일 tong@joongang.co.kr

응모 마감: 수시 접수. 1주일 단위로 장원·차상·차하 선발.

상금:
장원 모바일 문화상품권 3만원
차상 모바일 문화상품권 2만원
차하 모바일 문화상품권 1만원

당선자 혜택:
TONG(http://tong.joins.com) 등에 작품 소개.
장원은 당선 소감 혹은 인터뷰 게재.
통스카 상패에 당선자 얼굴 합성한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이미지 제공. (거부 가능)

심사 기준:
시사 이해 정도, 풍자와 해학 지수, 예술성, 작품 완성도, 네티즌 반응, ‘그네체’ 싱크로율(연설문 부문에 한함) 등을 고려해 TONG 편집국의 비선실세 인공지능 통SIRI가 판단.

주의 사항:
‘순수하게’ 스스로 창작한 작품이어야 함. 표절이나 대리인을 통한 응모가 확인된 경우 당선이 취소되며, 기지급 받은 상품도 반환해야 함.
응모작은 TONG페이스북 페이지에 소개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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