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미국에 불안감…메르켈 4선 총리 도전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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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사진) 독일 총리가 내년 9월 총선에서 4선 총리에 도전할 계획이다. 메르켈의 측근인 노르베르트 뢰트겐 전 독일 환경부 장관은 15일(현지시간) CNN 인터뷰에서 “메르켈은 자유민주주의 질서 강화에 결연히 헌신할 의지를 갖고 있다. 내년 총리직 4선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난민·브렉시트로 곤경 처했지만
서구 자유민주주의 수호자 부각
측근 “내년 총선서 재집권 나설 것”

메르켈은 2005년 처음 총리로 선출된 이래 2013년 3선에 성공하며 11년째 연임하고 있다. 최근 메르켈의 난민 수용 정책이 독일 국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면서 한때 80%에 육박했던 지지율이 지난달 54%까지 하락했다. 메르켈의 소속당인 기민당(CDU) 지지율은 29.5%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CNN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등 국제사회에 이변이 잇따르며 대다수 독일 국민들이 안정을 추구하고 있다”며 메르켈이 4선에 나설 경우 무난히 당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팍스 아메리카나’(미국 주도의 세계 평화)를 주도하던 미국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서구 자유민주주의 진영에서 독일의 역할이 한층 부각되고 있다. 트럼프는 유세 기간 동안 서구와 대립각을 세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수 차례 칭찬하고 서구와 미국의 공동방위조약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폄하하는 등 향후 미국과 유럽 간의 협력을 불투명하게 했다.

영국이 EU를 탈퇴하고 프랑스의 마린 르펜, 이탈리아의 베페 그릴로 등 극우 포퓰리즘 정치인들이 득세하는 국제 정세 속에 비교적 높은 지지율을 확보한 메르켈은 자유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지난 14일 “‘팍스 게르마니카(독일 주도의 세계 평화)’의 여명이 밝아오고 있다. 향후 메르켈이 이끄는 독일이 서구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는 최전선에 서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당선이 확실해 보였던 클린턴의 패배처럼 메르켈도 유권자들의 분노를 자극하는 극우 세력에 뜻밖의 패배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독일에선 2013년 창당한 반이민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전체 16개 주 가운데 10개 주에서 145개 의석을 확보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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