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담으로 거듭난 호그와트의 교과서
원래 『신비한 동물사전』은 마법 생물에 대해 A부터 Z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백과사전으로, ‘해리 포터’ 시리즈 속 호그와트 마법학교 교과서였다. 조앤 K 롤링은 실제로도 이 책을 출간했으나, 그것은 뉴트의 모험담이 아닌 백과사전 형식이었다. 그가 영화화 제의를 받고 나서 곧장 쓰기 시작한 것이 바로 뉴트의 모험담, ‘신비한 동물사전’ 시나리오였다. 롤링의 각본에 따라 이 세계를 창조한 이는, ‘해리 포터’ 8부작 중 후반 네 편을 연출한 데이비드 예이츠 감독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세계와 이어지는 만큼, ‘신비한 동물사전’에 관객이 기대하는 것 역시 화려한 볼거리다. ‘얼마나 신기하고 어마어마한 동물들이 등장할 것인가.’ 이것이 초미의 관심사이니 예이츠 감독 역시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그가 밝힌 바에 따르면 ‘신비한 동물사전’ 연출 원칙은 이랬다. “극 중 동물들은 신비해 보이되 완전한 판타지처럼 느껴지지 않을 것, 너무 다른 세계에서 온 존재로 보이지 말 것, 자연스러울 것.” 이 영화에 등장하는 동물 비주얼이 신기하면서도, 그와 동시에 원숭이·코뿔소·뱀처럼 친숙한 동물들을 떠오르게 하는 것은 그런 연유다.
무엇보다 다양한 동물들을 표현할 컨셉트 아트 제작이 우선이었다. 수개월에 걸쳐 수백 개의 후보군 가운데 가장 역동적인 것으로만 뽑았고, 동물의 피부 결은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표현했다. 예이츠 감독과 수년 동안 찰떡궁합을 과시한 팀 버크 시각효과감독이 참여했으며 배우들도 아이디어를 보탰다. 특히 뉴트와 신비한 동물들의 관계가 궁금해 동물조련사까지 만난, 주연 배우 에디 레드메인의 역할이 컸다. “하루는 동물조련사에게서 아기 개미핥기에 대한 재미난 이야기를 들었다. ‘개미핥기는 새끼일 때 종일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있다가도 배를 간질이면 쭉 편다’고 하더라. 뉴트가 도망친 ‘니플러’를 잡아 능숙하게 다루는 장면에서 이 이야기를 참고했다.” 그의 자랑 섞인 말이다.
동물뿐 아니라 뉴트의 지팡이 마법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아무렇게나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유명 안무가 알렉스 레이놀즈에게 지도받은 ‘마법’ 동작이니까. 그는 ‘사랑에 대한 모든 것’(2014, 제임스 마시 감독) ‘대니쉬 걸’(2월 17일 개봉, 톰 후퍼 감독)에서 이미 레드메인과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아웃사이더들의 이야기
‘해리 포터’ 시리즈의 인물들이 그랬듯, 이번에도 롤링이 창조한 캐릭터는 대부분 그의 말대로 “외톨이거나, 사회적으로 낙인찍혀 있거나, 따돌림당하는 사람들”이다. 뉴트도 그렇다. 그는 과거 호그와트 마법학교 학생이었다. 하지만 재학 당시 신비한 동물을 잘못 다루는 바람에 누군가를 죽일 뻔하고, 그로 인해 퇴학당하고 만다. 이후 사람들에게 상처받은 경험이 축적돼 ‘동물 오타쿠’가 되고 말았다. 얼떨결에 뉴트와 엮여 친구가 된 제이콥은 어떨까. 통조림 공장에서 일하는 그의 소원은, 빵집을 차리는 것. 그런데 그 꿈을 말하면 남들에게 무시당하기 일쑤다. 티격태격하다 뉴트와 한 팀이 되는 티나 역시 이성보다 감정에 휘둘려 좌천됐고, 그의 여동생 퀴니는 직장 생활에 별 욕심 없는 4차원 캐릭터다.
이러한 아웃사이더들이 상대할 존재는 만만치 않다. 검은 존재의 배후를 캐며 뉴트 일행을 코너로 모는 미국 마법의회 마법안보부 국장 그레이브스(콜린 패럴). 그는 막강한 권력을 쥔 데다 엄청난 카리스마도 지녔다. 그레이브스 국장과 함께 속내를 알 수 없는 소년 크레덴스(에즈라 밀러)가 뉴트의 대척점에 선다. 그러나 저마다 어딘가 아프고 모자란 구석이 있는 뉴트 일행이 힘을 합치면, 상황은 어찌 될지 모르는 일이다. 레드메인이 ‘신비한 동물사전’ 출연을 결심한 것도 그 때문이니까. “‘아웃사이더들의 이야기’라는 점이 좋았다. 뉴트와 친구들은 모두 부족한 면이 있다. 하지만 자신의 일과 꿈에 대한 열정이 넘친다. 그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누구든 열정만 있다면 매력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싶었다.”
‘다름’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
영국 마법부(MOM·Ministry of Magic)에서 근무하던 평범한 마법사 뉴트는 어쩌다 신비한 동물들의 보호자로 나서게 됐을까. “마법 사회는 ‘동물들이 마법사에게 해를 끼친다’고 생각하지만, 뉴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디 레드메인)이다. 극 중 뉴트는 ‘동물들도 마법 사회의 일부가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뉴트의 뜻은 ‘신비한 동물사전’의 주제와도 맞닿아 있다. 예이츠 감독은 “이 영화에는 ‘마법사가 인간보다 우월하다’고 믿는 세력이 나온다. 그것은 인류 역사의 어두운 면을 대변한다. 이 세상에도 ‘여러 지역 사회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나는 ‘신비한 동물사전’을 통해, 우리가 왜 서로의 ‘다름’을 이해해야 하는지 창의적인 방식으로 세련되게 그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의 말대로 ‘신비한 동물사전’은 다름과 관용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더 나아가 지금 이 세계에 필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묻는 영화다. 그것만으로도 ‘해리 포터’ 시리즈에 쏟아졌던 열광을, 이 새로운 5부작 시리즈가 이어받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참, 레드메인은 영국 리브스덴에 위치한 워너브러더스 스튜디오에서 대본 리딩할 때 이렇게 말했다. “굉장한 여정이 될 것 같아요, 그렇죠?” 지금 우리는 그 굉장한 여정을 시작하려 한다.
♦ 제이콥 코왈스키:빵집을 여는 게 꿈이지만, 담보로 설정할 것이 없어 은행에서 대출받지 못하는 서글픈 노마지. 그러다 뉴트를 만나 그의 일에 휘말리게 된다. 따뜻한 성정과 긍정적 자세로 뉴트와 티나·퀴니 자매의 마음을 얻는다.
♦ 티나 골드스틴: 영리하고 단호한 마녀. 노마지 앞에서 마법을 사용한 탓에, 수사관에서 단순 보직으로 강등됐다. 수사팀으로 복귀하고 싶어 안달하던 차에 뉴트와 마주친다.
♦ 퀴니 골드스틴: 티나의 여동생으로 그와 함께 산다.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4차원적 인물. 마법의회에서 단순 잡무를 처리하지만, 야심이 없다. 타인의 마음을 읽는 특별한 능력을 지녔다.
♦ 미국 마법의회의 ‘마법 노출 위험 표시기’는 세트장에서 가장 큰 소품이었다. 제작진이 직접 만든 렌즈 무게는, 한 개당 무려 250㎏!
♦ 1920년대 미국에서 운행된 버스를 구하기 위해 전 세계를 뒤진 제작진. 결국 벨기에 교통 박물관에서 마음에 드는 차량을 발견했다. 이 밖에 ‘해리 포터’ 시리즈 팬들의 도움으로 찾아낸 차량 부품도 꽤 많다.
♦ 제작진은 촬영에 필요한 수많은 차량을 작동하기 위해, 세트장에 자체 주유소를 설치했다.
♦ 배우 의상을 보관한 옷장은 350여 개, 옷걸이는 7500여 개였다. 극 중 귀염둥이 동물 니플러가 탐내는 보석들은 미국·영국·이탈리아 등지에서 공수했다.
♦ 수많은 배우의 헤어스타일링도 분장팀의 중요한 일이었다. 세트장에서 머리카락을 청소하느라 고장 난 진공청소기만 4대에 달한다.
글=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