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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쟁명:유주열] 트럼프 후보 “You're hired!"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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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 4월 도날드 트럼프 후보가 미국 위스콘신 주의 공화당 경선에서 패하면서 대선후보가 되는데 필요한 대의원 과반수 1237명의 확보가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았다. 부동산 재벌로 정치계의 아웃사이더로 정치인이라기보다 쇼맨에 가까운 트럼프 후보는 저속한 막말(wild talk)로 세인의 관심을 끌어, 대통령이 되겠다는 생각보다는 메디아에 자신을 노출시키려는 현시욕의 일환으로 보았다.

그가 출연한 리얼리티 TV 쇼 ‘아프렌티스(후보자)’에서 즐겨 사용했던 ‘You're fired!(당신은 해고야!)’를 인용 "트럼프 후보 You're fired!"라는 칼럼을 본란에 기고하였다. 그러나 트럼프 후보는 쟁쟁한 공화당 후보에 의해 'fired(해고)‘당하지 않고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본선에서 대결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결국 힐러리 후보에 의해 fired(해고) 될 것으로 보았다.
두 후보의 TV 토론을 지켜보면서 트럼프 후보는 대통령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한 때 건강 상태로 위기가 있었지만 힐러리 후보가 체력을 관리 TV 토론에서 성공하는 모습을 보고 트럼프 후보는 힐러리 후보에 의해 결국 fired(해고) 될 것으로 믿었다.

지난 11월 8일 선거에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10 배 충격을 주겠다고 호언을 한 트럼프 후보가 정말 당선되어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이 된 것이다. TV 속보를 지켜보면서 눈과 귀가 의심이 될 지경이었다

중국의 문화혁명시절의 홍위병처럼 글로벌리즘에 의해 소외된 ‘앵그리 화이트(성난 백인들)’의 조반(造反)에 의해 준비된 대통령 힐러리 후보가 낙선되었다. 트럼프 후보가 'fired(해고)‘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hired(당선)‘되었다. 미국 대통령이 되었으니 비즈니스로 치면 드 월드(세계)의 회장이 되어 언제든지 ‘You're fired!'를 선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남에게 관리 받지 말고 남을 관리하라” 이 말은 18세기 개교한 보스턴에서 멀지 않은 웰즐리 시에 위치한 웰즐리 여자대학의 학훈이다. 웰즐리 여대는 재학생에게 일반 여성이 아니고 세상을 바꾸는 여성을 교육시킨다고 한다.

힐러리 후보는 웰즐리 대학의 정치학과를 졸업하였다. 학생회장을 역임한 힐러리의 졸업 연설은 라이프 잡지에 전재될 정도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명연설이었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한 힐러리는 예일 대학의 로스쿨에 입학하였다. 로스쿨 2학년 때 신입생 아칸소의 젊은이를 만나게 된다. 빌 클린턴이다. 빌은 아칸소 출신이지만 조지타운 대학의 외교학부를 다녔다. 조지타운 대학은 워싱턴의 고급 주택가 조지타운 언덕에 자리하고 있는 유서 깊은 대학이다.

빌은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로즈 장학금을 얻어 영국 옥스포드 대학에 유학하였다가 예일 대학 로스쿨에 입학한다. 빌은 힐러리보다 한 살 연상이지만 2년의 영국 유학으로 로스쿨은 한해 늦게 입학한 것이다.

힐러리는 아칸소 출신의 정치 지망생 빌에게 희망을 보았다.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고 힐러리는 빌과 행동을 같이 하기 위해 졸업을 1년 늦추었다. 힐러리는 빌과 함께 로스쿨을 졸업하고 아칸소로 돌아가 가 결혼한다.

빌은 32세에 아칸소 지사에 당선됨으로써 미국의 최연소 지사가 된다. 힐러리는 31세 지사부인이 된다. 힐러리는 빌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역량을 발휘하였다고 한다. 빌은 46세에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되고 제42대 대통령이 된다.

힐러리는 빌이 8년의 대통령이 끝난 후에 뉴욕 주 상원의원으로서 활동하는 등 자신의 커리어를 시작한다. 그리고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뛰어들었으나 오바마에게 패한다. 힐러리는 보이지 않는 여성차별의 유리천정(glass ceiling)에 도전하였으나 깨뜨리지는 못했던 것이다.

힐러리는 유리천정을 언젠가 깨뜨릴 수 있도록 수많은 균열을 만들어 두었다. 힐러리는 후일을 기약하고 국무장관을 맡아 웰즐리 대학에서 배운 대로 세상을 바꾸는 일을 계속하였다.
오바마 정부의 8년이 지났다. 이제는 힐러리 차례가 되었다. 그러나 여론은 만만치 않았다. 준비된 대통령 힐러리의 당선이 당연할 것으로 보는 관측이 우세하였으나 1992년 이래 24년간 기득권세력이었던 힐러리에 대한 염증으로 새 인물을 바라고 있는 유권자도 많았다. 클린턴 왕조에 대한 거부였다.

힐러리 후보는 E 메일 유출 사건으로 곤경에 빠지기도 하였다. 워싱턴을 중심으로 하는 기득권 층 끼리의 야합 그리고 그들만의 리그에 지친 저학력 백인들은 변화를 부르짖는 정치의 초년생 트럼프 후보에 열광하고 있다.

힐러리가 당선된다면 미국에 살지 않고 이민을 가겠다는 젊은이가 늘어났다. 선거 기간 중에 두 후보의 정책 대립은 사라졌고 대통령 자질을 의심케 하는 트럼프의 막말과 함께 상호간 인신공격이 주를 이루었다.

본선의 매직 넘버 27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야 대통령에 당선된다. 주류 언론들은 모두 힐러리의 당선을 예측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힐러리가 선거인단 275명 이상을, ABC 뉴스는 274명 이상을 얻어 승리할 것으로 낙관했다. 뉴욕 타임즈는 힐러리 당선 가능성을 84%까지 내다보았다.

트럼프의 당선은 뜻밖에(想定外) 찾아 온 거대 지진으로 비유한다. 이 지진으로 미국의 기득권층이 매몰되고 주류 언론도 붕괴된 셈이다. 미국의 유권자들은 지진이 휩쓸고 간 황야에서 새로운 출발을 희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은 서프라이즈인 것은 틀림없다. ‘앵그리 화이트’의 반란이라고 하지만 8년간 민주당 정권에 식상해하는 미국의 유권자들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한 면도 있다. 힐러리 후보가 오바마 대통령과 차별성을 부각시켜야 했는데 제2의 오바마를 자처한 것이 패착으로 보는 평가도 있다.

보호무역과 고립주의를 주장하는 트럼프 후보의 당선으로 미국과 동맹관계의 여러 나라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특히 우리나라가 가장 어려운 처지가 되었다는 분석도 있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의한 혼란스러운 국내정치와 함께 우리가 극복해야 할 내우외환으로 보기도 한다.

미국의 대외정책도 국내정치의 연장이므로 트럼프 대통령은 당분간 동맹보다는 보호무역으로 빼앗긴 일자리를 찾아올 수도 있겠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번영과 세계평화는 글로벌리즘을 통한 자유무역과 굳건한 동맹에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트럼프의 정책도 점진적으로 바뀔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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