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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생산량 많고 맛 덜한 쌀 공공비축용에서 제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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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량만 많고 맛은 덜한 품종의 쌀은 앞으로 정부가 공공비축용으로 사들이지 않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내년 공공비축 쌀 매입 대상 품종에서 ‘황금누리’와 ‘호품’을 제외하기로 13일 결정했다. 단위 면적당 수확량, 소비자 선호도, 과거 지방자치단체 선정 품종을 따져 2개 품종을 추렸다.

황금누리와 호품은 대표적인 다수확 품종이다. 10a(1a=100㎡)당 생산량이 황금누리는 574㎏, 호품은 600㎏으로 전국 평균(올해 기준) 생산량인 540㎏을 웃돈다. 그러나 밥맛과 영양, 심복백(쌀알이 고르게 여물지 않아 불투명) 정도 등 품질 면에서 다른 우수 품종을 따라가지 못한다. 해마다 최우수 브랜드 쌀로 꼽히는 ‘추청’이나 ‘삼광’ 같은 품종은 단위 면적당 수확량이 적은 대신 맛과 영양이 좋고 완전미(깨짐 없이 투명도 높게 잘 여문 쌀알)가 나오는 비율도 높다.

정부는 그동안 공공비축용 쌀을 사들일 때 품종을 따지지 않았다. 시·군별로 운영하는 선정위원회에서 매입 대상 품종을 일단 정하고 나면 농식품부는 품종 상관없이 같은 값을 쳐줬다. 그러다 보니 쌀 농가는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많고 키우기도 쉬운 품종을 선호했다. 기르기 까다롭고 생산량이 적은 대신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우수 품종은 뒤로 밀렸다. 다수확 품종인 황금누리 벼 재배 면적 비율은 2012년 17.9%에서 지난해 30.1%로 12.2%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공공비축미 가운데 황금누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35.3%에서 55.7%로 20.4%포인트나 급증했다.

전한영 농식품부 식량정책과장은 “쌀 적정 생산과 품질 향상을 위해 매입 대상 품종을 제한하게 됐다”며 “2018년부터는 벼 종자 보급 단계부터 시장 선호도가 낮은 다수확 품종을 제외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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