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 인사 '기수 파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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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사법부의 오랜 개혁 과제였던 법관 인사의 서열 파괴에 본격 시동이 걸렸다. 대법원 법관인사제도개선위원회(위원장 李容勳 전 대법관)는 서열 파괴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건의안을 잠정 확정했다고 31일 밝혔다.

이 위원회는 사법시험의 기수와 서열에 따라 좌우되는 현행 고법 부장 승진인사와 지법원장 보직 인사를 바꾸기 위해 지법원장을 서열과 관계 없이 적임자를 찾아 뽑는 등의 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법 부장의 경우 일정한 법조 경력을 갖춘 판사들이 기수와 상관 없이 모두 심사대상이 되며, 본인들로부터 임용 지원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마련했다.

또 고법 부장 승진이 안 된 법관에게 다음번 심사 때도 계속 기회를 주자고 제안했다. 지금까지는 사법시험 기수가 승진의 주요 변수로 작용했으며, 한번 탈락하면 다시 기회를 주지 않았다.

건의안이 대법원에 의해 최종 확정되면 사법시험 동기가 승진되면 탈락한 같은 기수의 법관들이 모두 물러나는 관행이 약화될 것으로 법조계는 기대하고 있다.

위원회는 고법 부장을 거친 뒤 지법원장에 임용되는 관행을 깨고 지법원장과 고법 부장 간 순환 보직을 실시할 것을 건의했다. 법원장 보직도 서열과 관계 없이 적임자를 임명하며, 지법 부장도 지법원장이나 주요 지원의 장(長)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위원회의 건의가 받아들여지면 서열 위주로 이뤄져온 법관 인사의 관행이 크게 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외부 인사 등을 포함시켜 발족한 이 위원회는 매월 한두차례 회의를 열고 있으며, 오는 10월 말 최종 건의문을 확정해 대법원장에게 제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대법원 관계자는 "위원회가 내놓는 건의안은 가급적 수용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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