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봉제근로자들 자녀 위한 공부방 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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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1970년대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분신자살했던 전태일씨의 여동생 순옥(49.(左))씨가 영국인 남편과 함께 서울 동대문시장 인근에 살고 있는 빈곤층 가정 아이들을 위해 '방과 후 공부방'을 연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 시장골목 30여평의 공간에 들어서는 '방과 후 공부방'은 30여명의 어린이들에게 오는 4일부터 22일까지 오전 9시~오후 1시 영어와 미술교육을 하고, 개학 후에는 국어.수학 등 교과 공부와 숙제 등을 함께 하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순옥씨는 지난달 여성 노동자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직접 설립한 '참여성 노동복지터(이하 참터)'를 통해 창신동 일대 2백여개 봉제의류 영세사업장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하면서 공부방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한다.

"어두컴컴하고 비좁은 지하 작업장에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30~40대 주부노동자들의 44%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던 것이 바로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이었어요. 실제 이곳 어린이들은 엄마가 하루 12~16시간 미싱 앞에서 일을 해야 해 그동안 골목길과 TV 앞에 방치돼 왔습니다."

순옥씨는 "의존적 공부보다는 아이들이 스스로 책을 읽고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순옥씨의 남편인 크리스 조엘(60.영어 컨설턴트.(右))도 이 '방과 후 공부방' 사업에 교사로 참여해 힘을 보태고 있다.

조엘은 순옥씨가 영국유학 시절 옥스퍼드의 러스킨대에서 만나 친구로 지내다 2001년 박사과정을 마친 순옥씨가 귀국하자 청혼 e-메일을 보내는 등 구애 끝에 2001년 10월 영국 옥스퍼드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지난해 9월 아내의 모국에 첫 발을 디뎠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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