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단골 성형외과 원장, 대통령 순방 따라다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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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60·구속·최서원으로 개명)-정유라(개명 전 정유연)씨 모녀가 미용 차원에서 단골로 다니던 유명 성형외과가 특혜 의혹에 휩싸였다. 청와대 경제수석이 해외 진출을 도와주라고 챙겼다는 관련자 증언이 나온 데다 이 병원이 설립한 화장품 회사의 제품이 청와대의 대외 선물용으로 사용되고 병원 인사들이 대통령 해외 순방에 여러 차례 동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최순실씨와 딸 정유라씨의 단골인 서울 논현동의 김영재 성형외과. 아래층에는 김씨의 처남이 운영하는 화장품업체가 있다. 이 병원은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휴진한다는 안내문을 붙이고 문을 닫았다. [사진 채윤경 기자]

최순실씨와 딸 정유라씨의 단골인 서울 논현동의 김영재 성형외과. 아래층에는 김씨의 처남이 운영하는 화장품업체가 있다. 이 병원은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휴진한다는 안내문을 붙이고 문을 닫았다. [사진 채윤경 기자]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김영재 성형외과’가 의혹의 진원지다. JTBC는 지난 7일 “이 병원을 취재하다 ‘정유연’ ‘최 회장님’ 등이 적힌 고객 명단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최씨 모녀의 단골 병원이라는 뜻이다. 1993년 강남에서 개업한 김영재(56) 원장은 리프팅 시술(녹는 실을 이용해 주름을 펴는 시술) 등을 전문으로 내세웠지만 일반인보다는 연예인과 특수한 고객을 상대로 한 시술에 주력했다. 처남 등과 함께 2004년 ‘존제이콥스’라는 화장품 및 의료기기 제조·판매 회사를, 2011년 사업 목적이 유사한 ‘Y제이콥스메디칼’이라는 회사를 차렸다. 최씨의 한 지인은 “최씨는 수개월 단위로 성형외과를 바꿔 다녔다. 리프팅은 어디, 보톡스는 어디 이런 식이었다. 성형외과가 커져 눈에 띄게 되면 다시 작은 병원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최씨는 차병원 계열의 건강 관리 전문병원인 차움, 경기도의 한 종합병원 등에서도 피부 관리 등을 받아 왔다고 한다.

강남서 급성장한 ‘김영재 성형외과’
JTBC, 조원동 전 수석과 연루 제기
김 원장 만든 화장품 청와대 납품
서울대병원 외래교수 위촉도 논란

한 컨설팅 업체 대표 이모씨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2014년 2월 26일 조원동 당시 경제수석으로부터 실을 이용해 피부 시술을 하는 뛰어난 병원과 회사가 있는데 도와주라는 취지의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병원과 회사가 해외 진출 준비가 전혀 안 돼 있어 일이 성사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씨는 “(김 원장 관련 회사의 해외 진출을) 제대로 지원 못한 게 같은 해 6월 조 수석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요인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 성형외과 의사는 “2014년 김 원장이 아랍에미리트에 미용 전문병원을 수출하려다 실패해 고위 관료가 옷을 벗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며 “전문의도 아닌 김 원장이 그런 일을 한다고 해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전했다. 본지는 조 전 수석과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이 병원과 회사 관계자는 또 지난해 4월부터 대통령 순방에 여러 차례 동행했다. 2015년 4월 남미 순방과 9월 중국 방문에는 이 회사 박모 대표가, 지난 5월 아프리카·프랑스 순방에는 박 대표와 김 원장이 동행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김 원장으로부터 시술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최씨의 한 지인은 “최씨가 박 대통령에게 자주 피부 관리와 체형 관리에 신경 쓰라고 주문하곤 했다”며 “내로라하는 시술을 다 추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Y제이콥스메디칼’의 화장품 브랜드인 ‘제이프라스’가 올해 설에 청와대의 공식 선물세트로 지정돼 납품되고 서울시내 유명 면세점에 입점한 것을 두고도 특혜 의혹이 제기된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이름도 없는 브랜드가 입점 경쟁이 치열한 면세점에 매장을 낸 것을 두고 말이 많았다”고 귀띔했다.

성형외과 전문의도 아닌 김 원장이 지난해 7월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성형외과에 외래교수로 위촉됐다가 2주 만에 해촉됐던 배경도 의문이다. 서울대병원의 한 교수는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가 외래교수가 되는 건 아주 이례적 ”이라고 말했다. 외래교수 위촉에는 병원장의 결재가 필수다. 대통령 주치의였던 서창석 서울대 병원장이 누군가의 부탁을 받고 위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 이유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고위 관계자는 “한 외국인의 의뢰로 김 원장을 위촉했다가 시술을 안 받게 돼 바로 해촉했다. 외교적 문제 때문에 밝힐 수 없을 뿐 최씨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최순실씨가 단골로 다닌 ‘김영재 성형외과’ 관련 의혹

● 조원동 당시 경제수석이 2014년 모 컨설팅 업체에 “김영재 성형외과의 해외 진출을 도우라”고 지시
● 2015년 4월 중남미 4개국, 9월 중국, 2016년 5월 아프리카 3개국 등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 동행
● 김 원장 처남이 운영하는 회사(존제이콥스)의 화장품 세트가 청와대의 명절 선물 중 하나로 선정
● 존제이콥스 화장품, 올해 장충동 신라 면세점과 명동 신세계 면세점에 각각 입점

채윤경·서영지·배지영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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