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상금 출산 가정에 기부한 김영식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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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을 나눠주다 제가 행운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자사 제품의 TV 광고에 직접 출연해 “남자한테 참 좋은데…”라는 대사로 화제를 모은 천호식품 김영식(65·사진) 회장이 지난달 29일 추첨한 제726회 나눔로또 2등에 당첨됐다. 당첨금은 4860만원. 김 회장은 당첨금에 개인 돈을 합쳐 5000만원을 출산 지원금으로 기부하기로 했다. 로또 당첨 발표일이었던 10월 29일 아이를 낳은 가족 50팀을 선정해 100만원씩을 지원할 예정이다. 그가 직접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뚝심이 있어야 부자 된다(cafe.daum.net/kys1005)’에서 신청을 받고 있다. 지원금 신청글을 올리고 우편으로 서류 접수를 하면 된다.

추첨일에 아이 낳은 가족 50팀
평소에도 저출산 해결사 자처
“매주 로또 200장 사서 나눠줘”

행운을 나눠 가지려는 열기는 꽤 뜨겁다. 출산 직후 아이 사진과 함께 ‘10월 29일 출산했어요’ ‘10월 29일 예쁜 딸 얻었어요’ 등 신청글이 8일 기준으로 이미 100건을 넘어섰다. 당첨자는 신청 서류가 도착한 시간을 기준으로 선착순 50명까지다.

김 회장은 ‘저출산 해결사’를 자처한다. 지난 2009년부터 셋째 아이를 출산하면 200만원씩 지원해 주는 ‘출산장려 캠페인’을 벌여왔다. 그동안 기부한 금액만 약 10억원. 셋째를 낳겠다고 마음먹은 부모라면 임신 전 김 회장의 인터넷 커뮤니티에 지원금을 신청하면 출산 후 매월 20만원씩 10개월 동안 출산장려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천호식품 내부에서도 2006년부터 아이를 낳는 직원들에게 출산 축하금을 지급해왔다. 매달 30만원의 양육비를 2년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출산 3개월 전부터 오후 3~4시에 퇴근할 수 있는 집중근무제도 시행하고 있다.

김 회장은 2년여 전부터 매주 로또 복권을 200장씩 산다고 한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당첨을 바라는 희망과 함께 행운을 나눠주기 위해서다. 등산이나 식사, 강연할 때 만나는 사람들마다 3000~5000원어치씩 복권을 나눠준다.

김 회장은 “평소에는 200장을 모두 나눠주고 남는 것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주머니에 몇 장이 남아 있었고 그중 하나가 2등에 당첨됐다”며 “기쁘면서도 행운의 복권을 주변에 다 나눠주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소 꿈을 자주 꾸는데 최근에는 돌아가신 아버지와 어머니를 꿈 속에서 만났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다음에 로또 1등에 당첨된다면 역시 출산장려금이나 안전 운전 교통캠페인에 기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성화선 기자 s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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