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느낀 대성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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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네 아들, 네 국민의 한사람인 박종철은 어디 있느냐」고 하느님이 물으셨읍니다.
-「탕」하고 책상을 치자「억」하고 쓰러졌으니 나는 모릅니다.
-「그것은 고문경찰관 두사람이 한 일이니 나는 모릅니다」라고 대답했읍니다.
-이것은 바로 「카인」의 대답입니다.
26일 하오6시30분. 고 박종철군 추모미사가 열리고 있는 서울 명동대성당.
어느때 보다 많은 3천여명의 신도들이 숙연한 표정으로 강론을 듣는다. 김수환추기경의 목소리는 분노와 슬픔으로 떨렸다.
『이 정권에 대해 우선 하고싶은 말은 「하느님이 두렵지않느냐」는 것입니다.』 강대 (강대) 앞에는 검은 리번이 쳐진 박군의 영정이 6개 대형 촛불의 빛을 받으며 신도들을 응시한다.
강론이 끝났다. 고 김세진군의 어머니 김순정씨(52)가 나와 박군의 어머니 정단순씨의 수기를 대신 낭독했다.
『…하루에 열두번도 더 눈에 어른거리는 철이. 그 아이가 괴로움을 당하며 숨져간 시간을 이 어미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가슴을…』
낭독자도 목이 메어 뒤를 잇지 못하고 성당 안은 여기 저기서 『흑흑』 흐느낌이 터져나오며 눈물의 바다로 번져갔다. 신부님들도 하얀 미사복 소매로 눈물을 씻어내고 있었다.
미사가 끝났다. 사제단을 선두로 참석자들은 침묵시위에 나섰다. 골목 어둠속에서 기다렸다는듯 헬밋을 쓴 전경들이 방패를 들고나와 대열을 짓기 시작했다. <김상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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