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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여·야·청 합의 총리 내면 난 없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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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왼쪽)가 7일 오후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 김성룡 기자]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왼쪽)가 7일 오후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 김성룡 기자]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7일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여·야·청이 먼저 합의하라”며 공을 정치권으로 넘겼다. 김 후보자는 “여·야·청이 합의를 봐서 좋은 총리 후보를 내면 저의 존재는 없어지는 것”이라며 “제가 걸림돌이 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엄동설한 손난로라도 되고픈 마음
성능 좋은 큰 난로 오면 사라질 것”

김 후보자는 이날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퇴 논란이 일고 있는 자신의 상황을 비유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엄동설한에 추위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강추위가 오는 상황에서 나는 작은 난로라도 됐으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위가 오는 걸 몰랐던 사람이 아니다. 손난로라도 돼서 어지러운 국정에 기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총리 후보가 된 이후 줄곧 제기해 온 “국정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소신을 다시 피력한 것이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국민은) 크고 좋은 난로가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작은 화로는 성능 좋은 큰 난로가 오면 없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후보자는 야권이 영수회담을 거절하고 있는데 야권 인사를 만나 설득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제가 설득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정치권 인사와 접촉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리에 연연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여·야·청이 합의를 보면 제 존재는 자연스럽게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지난 주말에도 정치권과 접촉 없이 개인 일정만 소화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오후 JTBC 뉴스룸에 출연해 박근혜 대통령의 2선 후퇴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김 후보자는 “대통령의 결재권은 살아 있기 때문에 복잡하다”며 “일단 (제가 총리로) 들어가 여야와 국민 협의채널을 만들어 중요한 사안마다 대통령을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4일 박 대통령의 2차 사과문에서 책임총리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것에는 “당혹스러웠다”며 “그래야(언급했어야) 제가 당장 야당을 접촉할 수 있었다”고 했다.

자신이 추천한 박승주 국민안전처 장관 후보자의 굿판 참가 논란에 대해선 “무슨 문제인지 좀 봐야겠다”며 “10년 전 데리고 있던 공무원이어서 추천했다”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이날 “김 후보자를 오랫동안 지켜본 사람으로서 그의 충심을 잘 안다”면서도 “살신성인하겠다는 마음으로 사퇴를 결정하는 것이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길”이라고 사퇴를 촉구했다.

글=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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